“이게 바로 한식의 힘” 입소문 타고 외국인 관광객 줄행렬, 어딘가 보니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박성렬 매경 디지털뉴스룸 인턴기자(salee6909@naver.com) 2025. 11. 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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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한식연구소 한희정 소장 인터뷰
디저트살롱서 전통차·병과 선보여
제철 식재료 살린 다과 세트 인기
‘차 유래 설명’ 스페셜리스트 상주
오픈 반년만에 ‘서울미식주간’ 선정
(왼쪽부터)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디저트살롱의 팥죽.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디저트살롱의 복숭아빙수.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 제철 재료로 정성 가득 차려놓은 음식을 맛본 외국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나오는 한마디, ‘그래 이게 바로 한식의 힘이지.’

정작 우리 주변에서 한식 다운 한식을 맛보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럭셔리를 추구하고 그와 같은 이미지를 팔아 매출을 올려야 하는 백화점 식음료(F&B)코너에서 한식은 구색맞추기용 메뉴가 되기 쉽다.

이같은 한식을 럭셔리 반열로 끌어올리는 데 앞장선 백화점이 있다. 주요 백화점 중 유일하게 한식연구소를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이다.

지난 2021년 신세계백화점은 선조들의 지혜와 헌신이 깃든 한식을 오늘날 고객의 일상에도 전하기 위해 한식연구소를 세웠다. 어쩌면 다소 뻔하게 들릴 수 있는 설립 취지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뻔하지 않은 신세계만의 ‘한식 사랑’이 담겨 있다. 관련 얘기를 자세히 듣고자 한희정 신세계 한식연구소 소장(상무)을 만났다.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디저트 살롱의 다과 세트.
지난 17일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옛 본관)’ 5층에 위치한 하우스오브신세계 디저트살롱(이하 디저트살롱)에서였다. 신세계백화점의 한식 디저트 전문 매장 1호라 할 수 있는 디저트살롱을 지난 4월 오픈한 이후 한 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고 했다.

“디저트살롱이 위치한 장소부터 특별해요. 신세계 본점이 가진 역사적 상징이 큰데 이러한 공간에 들어섰으니까요. 특히 5층은 국가문화유산을 신세계만의 방식으로 풀어 하우스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를 꾸몄고, 바로 이곳에 오랜 세월 축적된 지혜와 미식 문화가 담긴 한식을 편리하게 즐기도록 디저트살롱을 열게 된 것이죠.”

디저트살롱에서는 전통 차(茶)와 병과를 맛볼 수 있다. 그야말로 전통 반가에서 내려오는 떡과 한과의 조리 방식을 계승하고자 전래 음식 연구가이자 요리사들의 ‘떡 선생님’으로 유명한 서명환 셰프와 협업했다.

차의 경우 김시습의 후손이자 티 디렉터로 활동 중인 김동현과 함께 18세기 조선 이운해가 집필한 부풍향차보(扶風鄕茶譜)에 기초해 만들었다.

한 소장은 “기본적인 메뉴는 저를 포함해 연구소 내 MD 바이어와 R&D 셰프 등 9명이 개발하고 운영하지만,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관련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있다”며 “그러면서 제철 식재료들을 충분히 활용해 계절감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협업과 노력 끝에 나온 메뉴가 바로 ‘대표 다과 세트’와 ‘계절 다과 세트’다.

대표 다과 세트는 신세계의 상징인 붉은 꽃을 연상시키는 홍화차를 맞이차로 하여 귤향, 매향, 국향, 계향 중 하나를 선택해 즐기는 본차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곁들여 먹는 잣경단, 쑥개떡, 건시단자, 매작과, 오미자 배정과 등의 병과가 일품이다.

“다진 밤소를 깨끗하게 잘 말린 곶감으로 말아낸 건시단자며, 오미자를 우려낸 물에 얇게 저민 배를 조려 만든 오미자 배정과 등 다과상에 나오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지 않은 게 없어요.” 한 소장이 애정을 듬뿍 담아 말했다.

계절 다과 세트는 매월 제철 재료를 활용해 선보이는 메뉴다. 현재 홍시·햇밤·배·모과 등 제철 재료를 통해 홍시·배·마를 섞어 만든 음료 ‘홍시운무’, 감가루와 과일로 빚은 멥쌀떡 ‘석탄병’, 유자 절임을 넣은 ‘유자인절미’ 등을 구성해 메뉴로 내놓았다.

시즌 한정 메뉴로는 팥죽이 있다. 쫀득한 찹쌀 새알과 고소한 잣, 부드럽고 바삭한 밤 고명이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이미 여름에 복숭아빙수가 시즌 메뉴로 젊은 층과 외국인들 사이 정말 인기를 끌었어요. 프리미엄 복숭아 4개가 올라가는 대형 빙수로, 맛과 비쥬얼을 모두 사로잡았죠. 인위적인 향이나 단맛을 첨가하지 않고, 제철 재료를 최대한 살려 만들 뿐입니다. 복숭아빙수의 인기를 이어받아 올 겨울 시즌 메뉴로는 정성가득한 팥죽을 선보이기로 했지요(웃음).”

디저트살롱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명동 상권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백화점 본점 쇼핑 고객들 뿐 아니라 일반인과 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 사이 한국 전통 다과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더욱 빠르게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방문했을 때 40석 중 절반 가량은 외국인들로 채워져 있었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전할 선물세트로 차와 병과를 사가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희정 신세계 한식연구소 소장. [신세계 한식연구소]
“은은하게 입 안에서 단맛이 퍼지다 보니 특히 화과자를 즐겨먹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외국인들은 한식 조리법보다는 반가 음식이나 디저트에 담긴 역사를 듣기 원하고 또 좋아하더라고요. 전통 차가 주는 건강 효능 등에 관심이 높고요. 그래서 저희 디저트살롱에는 차의 유래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티 스페셜리스트’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

이렇듯 한식의 본질과 자부심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둔 디저트살롱은 오픈한 지 6개월여 만에 서울시가 주관하는 ‘2025년 서울미식주간 100선’(Taste of Seoul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이 많다는 그는 현재로서는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해 한식 디저트 명소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소 비싼 가격이더라도 소비자들이 수긍할 만한 고품질의 한식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한식을 연구하는 교수님과 실제 명장들, 또 백화점 VIP 손님들이 방문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럭셔리한 한식 뿐 아니라 신세계가 추구하는 한식에 대한 문화적 메시지, 그러니까 조화와 균형, 자연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비움의 철학 등을 디저트살롱에 세심하게 담으려고 했는데, 이를 알아봐주시는 거니까요.”

이미 ‘발효:곳간’(식자재), ‘자주한상’(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쌓은 신세계 한식연구소의 노하우가 디저트살롱에서 어떻게 더 발휘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방영덕 기자 / 박성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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