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위협하는 고층 재개발?…서울시·문체부는 왜 한 발도 못 물러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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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에 최고 142m 높이의 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을 두고 공방이 거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앙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종묘를 지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고층 건축물을 골자로 한 재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 재임기간이던 2009년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을 모두 철거하고 이를 대규모 구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로써 현재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 위법 사항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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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서울시 조례 개정 적법”…법적 문제 없지만 논란 여전
유네스코 “영향 평가까지 사업 중단해야”…서울시 “의무 아냐”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에 최고 142m 높이의 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을 두고 공방이 거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앙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종묘를 지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고층 건축물을 골자로 한 재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양쪽은 왜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을까.
1967년 건립된 세운상가는 긴 세월을 거치며 노후화가 심각해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양측의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쟁점은 그 방식에 있다. 서울시는 고층 건물을 올려 발생하는 추가 수익으로 개발·이주·공원 조성 비용을 충당해 사업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170m가량 떨어진 종묘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까지 있다고 우려한다. 문화적 가치를 우선 순위로 두는 정부와 사업성을 우선 순위로 두는 서울시의 상반된 가치가 팽팽한 대립의 근본적인 배경인 셈이다.

어떻게 개발하려 하길래 싸울까
양측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지역을 통합 개발하려는 논의가 시작됐고, 2004년 도시·건축 통합 국제 현상 설계를 거치며 재개발 추진이 본격화했다. 오 시장 재임기간이던 2009년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을 모두 철거하고 이를 대규모 구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때도 문체부가 결정적인 제동을 걸었다. 당시 서울시는 녹지 축(거대한 공원) 조성 비용을 토지·건물주들에게 부담시키는 대신 개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건축물 높이를 122.3m까지 올렸는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이를 무산시킨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의 결정 역시 "종묘에서 바라보는 외부 경관을 해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고층 건물 건설이 막히며 사업성이 떨어지자 재개발은 오 시장 임기 내에 추진되지 못했고,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세운상가 철거 계획은 백지화됐다. 대신 박 시장은 일대를 창조 문화 산업 중심지로 변경시키는 도시 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는 동안 문화재청의 심의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건물 높이 제한은 최대 71.9m까지 낮아지게 됐다.
하지만 박 시장 사망 이후 오 시장이 복귀하면서 세운상가 재개발은 다시 급물살을 탔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와 인근 상가를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주변 지역 빌딩을 높고 넓게 올려 용적률을 높이고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처음 구상을 다시 꺼내들었다. 서울시의회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역사 문화 환경 보존 지역 인근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건축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기존 계획대로 고층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시 손 들어준 대법원…법적 문제는 없다
문체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문체부는 조례 개정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조례 개정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대법원 선고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30일 종묘 쪽 건물 높이는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 쪽은 71.9m에서 141.9m로 제한을 푸는 내용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를 했다. 문체부의 행정 소송에도 기존 계획대로 고층 건물을 세울 것이라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여기서 이번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정면충돌에 불을 붙이는 판결이 나온다. 대법원이 지난 6일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서울시가 조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이로써 현재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 위법 사항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최종 목표는 세운상가를 허문 자리에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공원(녹지 축)을 만들고, 주변에 30~40층짜리 최신식 마천루를 세워 글로벌 기업 등을 유치하고 사업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 입주민들을 내보내려면 1조500억원이 들어가는데, 그걸 아끼기 위해 주변 개발하는 분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거다. 그러려면 높이를 충분히 높여 드려야 거기서 수익이 나서 이 비용을 그분들이 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서울시의 대립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가 관련법 개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개발을 막겠다고 나서면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7일 종묘를 찾아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과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권고 따라야" 지적도
오 시장은 재개발을 둘러싼 정부의 문제제기를 일일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8일 세운4구역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면서 종묘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뮬레이션 이미지는 종묘 정전 상월대 위에서 외부 정면을 바라본 모습으로, 정전에서 바라볼 때 시야의 가운데 부분에 남산타워가 보이고, 좌측으로 세운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가 사업성을 위해 공익과 역사적 책무를 영구적으로 저해할 수 있는 재개발에 급하게 나서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유네스코의 입장도 있다. 고층 빌딩 건립은 199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깨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초 유네스코가 세 번에 걸쳐 서울시에 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측은 지난 15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재차 요청하면서, 관련 검토가 끝나기 전까지 재개발 사업 승인을 중단해 달라는 외교문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세계유산법에 종묘 인근 완충구역이 영향평가 대상으로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고, 주민협의체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영향평가를 신청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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