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집 사는 다주택자에 혜택 줄 용기가 필요하다, 아주 화끈하게" [이영태의 초점]

이영태 2025. 11. 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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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부 부동산 실패 '시즌 3'되나
전문가 3인이 말하는 진단과 해법
김인만 "집 한 채 욕망 금기시 말아야"
최병천 "다주택 규제 풀어야 수요 분산"
홍춘욱 "이념 논리로 정책 펴면 필패"
18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시즌 1.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4년 차이던 2007년 신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문제는 정부의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다시 대책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거듭 다짐드립니다. 반드시 잡겠습니다.” 하지만 공언(空言)이 됐다. 끝내 부동산은 잡지 못했다. 그는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즌 2.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노무현 정부에 이어 또다시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책 ‘부동산과 정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못 잡았다. 그냥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아파트 단지가 허다했다. 전세금도 급등했다.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했다. 결국 정권은 교체됐고, 그 원인의 하나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사람이 많았다.’

역대 진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당사자들도 인정할 정도니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통계는 확연하다. KB부동산의 서울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5년간 60% 급등했고, 노무현 정부에선 57% 뛰었다. 이명박 정부(-2.9%) 박근혜 정부(9.7%)에선 잠잠하던 가격은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62% 치솟는다. 윤석열 정부는 5년을 채우진 않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소폭 내렸다(-6.2%).

“빚내서 집 사라”(박근혜 정부 최경환 부총리)로 대표되듯 보수정부는 집값 띄우기에 적극적인 반면, 진보정부는 부동산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며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결과는 늘 반대다. “부동산이 진보정권 교체의 도화선이 됐다”는 트라우마에도 그렇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측이 이재명 정부 부동산정책 담당 고위 공무원의 부동산 현황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뉴스1

#그리고 시즌 3. 이재명 정부에도 진보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압박은 크다. 집값만큼은 잡겠다며 아등바등한다. 벌써 3차례 대책을 내놓았다. 규제 강도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혹평 일색이다.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주거 사다리가 끊겼다며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취임 5개월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벌써 6%에 육박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선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1.19%)이 7년여 만에 최대였다. 이러다 17차례 대책을 쏟아낸 노무현 정부, 28차례 대책을 퍼부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정말 진보정부의 평행이론일까. 아니면 이번만큼은 고리를 끊어 낼 수 있을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등 부동산 분야 전문가 3명과 가진 심층 전화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혹평 일색의 10·15 대책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규제에 내성이 생기는 게 제일 무섭다"고 했다.

- 이재명 정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인 10·15 대책 발표 한 달이 넘었다. 여진이 상당하다. 총평을 하자면.

최병천(이하 최) =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썼다고 본다.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똘똘한 한 채’였다. 서울 변두리 지역의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규제지역을 무차별적으로 넓혀 잡은 거다. 이러니 강남3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풀려버린 격 아닌가. 반면 약자 계층인 세입자에게는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대책이 됐다. 좋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김인만(이하 김)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에 했던 말이 있다. ‘내가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살겠다는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시장에 맡겨두면 안 살 사람까지 사게 만드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본 거다. 정작 대책은 달랐다. 6·27 대책부터 수요 규제에 집중하는 걸 보니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홍춘욱(이하 홍) = “급한 불을 끄겠다고 무리한 극약처방을 썼다고 본다.”

- 그래도 집값 안정 효과는 있을까.

김 = “규제에 내성이 생기는 게 제일 무섭다. 강남3구만 봐도 이제 규제는 상수다. 원래 투기과열지구이고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른 지역도 이렇게 6개월, 1년 익숙해지면 규제 효과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거다.”

홍 =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21년 집을 살 때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 전수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강남 지역일수록 신용도 높은 지인에게서 돈을 빌리더라. 10·15 대책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를 금지해서 거래가 크게 줄었지만, 현금 부자들이나 주변에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핵심 지역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거다. 특히 올해 주가가 너무 좋으니까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건 시간 문제다.”

최 = “우리나라 현금 부자의 크기가 강남3구, 마용성 등 한강벨트를 건드릴 정도는 된다. 역사적 패턴으로 확인됐듯 일시적 안정과 관망 후 재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 11일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237.5대 1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 최소 분양가 25억 원 이상 현금을 보유한 청약자만 참여할 수 있는데도 그랬다.)


내 집 욕망, 정말 죄악인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로 집값을 잡는다는 건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 때려잡기식 수요 규제는 전혀 불필요한가.

김 = “무자본 갭투자 같은 투기는 당연히 정책으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집 하나 사는 수요마저 억제하는 건 제대로 된 해법일 수가 없다. 집 한 채 가지겠다는 욕망을 정부가 금기시하는 게 옳은가. 그런다고 사라지겠나. 역사적으로 때려잡아서 성공한 적은 없다.”

홍 = "여건이 맞아야 한다. 돈을 들고 대기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대출만 틀어막는다고 되겠는가."

- 진보정부는 보수정부에 비해 훨씬 더 집값 잡기에 적극적이다. 그럼에도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김 = “우리가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오만 때문 아닌가 싶다. 다 틀어막으면 집값은 떨어지겠지만 시장이 죽지 않겠나. 막상 떨어지면 정부 발등에 또 불이 떨어진다.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관료들이 필요 이상으로 욕을 먹고 있는 것도 진보정부가 만든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탓이다. 국민들이 그저 집 하나 사겠다는 것을 두고는 투기라고 몰아세우면서 자신들은 숨어서 그 욕망을 누리고 있으니 분노를 부르는 것 아닌가.

홍 =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념 논리로 정책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크게 봐서 양보할 건 해야 하는데."

최 =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활용한 게 패착이었다고 본다. 보유세로 집값을 잡겠다는 건 세계에 유례가 없다. 여러 번 실패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 공급정책의 실패를 원인으로 많이 꼽는다. 공급대책을 내놓으라고 너도나도 독촉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시장의 대기 수요를 넘어설 수 있는 파격적 공급이 가능한 걸까.

김 = “두 번째 대책인 9·7대책이 공급대책이었다. 그런데 시장에 실망감만 안겼다. 연말에 추가 공급대책을 내놓겠다는 데 큰 기대는 없는 듯하다. 많은 서민들은 정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게 맞느냐고 정부에 묻고 있다.”

최 = “보수진영의 의도적인 공격도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긴 했지만, 집이 뚝딱 구워서 만들어낼 수 있는 빵이 아닌 건 분명하지 않나. 노무현 정부는 2기 신도시,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그렇다고 순식간에 공급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당장 시장에 쏟아질 파격적 공급대책을 내놓으라는 건 불가능한 요구다.”

홍 = “적절한 공급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 지역에 10년, 20년 걸리는 재건축·재개발로는 힘들다. 가장 쉬운 방법은 주차 및 용적률 규제 완화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쉽지는 않을 거다.”


다주택자 규제 확 풀어 수요 분산을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생활은 도시에서 하되 주말에 지역에서 휴양하는 오도이촌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수요 규제는 안 되고 공급은 어렵다면, 대안은 뭔가.

최 = “수요 분산이다. 지금 강남3구와 마용성 가격이 왜 많이 올랐느냐는 진단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만들어낸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정책 때문이다. 다주택 규제를 풀어줘야 강남3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김 = “세금 꼬박꼬박 내고 세입자에게 집을 공급해주는 다주택자까지 투기라고 몰아세우니까 서울에, 그것도 강남3구에 똘똘한 한 채만 사겠다고 지방에서도 몰려드는 것 아닌가. 자신의 돈으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집을 사는 사람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마땅하다. 규제를 할 게 아니라 혜택을 주는 게 정상이다. 아주 화끈하게. 그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백날 지방균형발전을 외쳐 봐야 소용없지 않겠나.”

홍 = “인구를 지방으로 보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세컨드하우스 등에 세제 혜택을 줘서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틀은 지역에서 휴양하는 오도이촌(五都二村)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최 = “전세 사기로 빌라 시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빌라가 서울 주택 공급의 25%를 차지할 뿐 아니라 주거 사다리로서도 기능한다. 빌라 시장을 재설계해 공공이 떠받쳐 주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최 = “보유세를 올리되 거래세를 낮추는 건 찬성한다. 세제 합리화를 위해서 그렇다. 다만, 보유세로 집값을 잡는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 내가 종합부동산세를 ‘정권교체촉진세’라고 부르는 이유다.”

김 = “최악이 문재인 정부처럼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올리는 거다. 보유세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 거래세는 낮추는 게 맞다. 단, 시장이 자극받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또 양도소득세를 낼 때 납부한 보유세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홍 = “보유세의 점진적 인상에 동의한다. 단 주택 보유 수가 아니라 금액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


버티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빼곡이 들어선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 역대 진보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 꼭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주문한다면.

홍 = “하지 말 것은 충분히 얘기했다. 꼭 해야 될 것은 3기 신도시로 가는 광역급행철도를 빨리 건설하라는 것이다. 3기 신도시 외에는 지금 택지 개발이 없다. 교통망만 잘 놓아도 서울에 상당한 공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 = “가격을 잡겠다는 걸 부동산 정책 최고 상위 가치에 두지 말아야 한다. 역효과만 난다. 때론 보수정부의 정책도 적극 수용해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부동산을 둘러싼 민심을 잡겠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 = “뾰족한 답이 없으면서도 마치 큰 답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학습효과만 공고히 할 뿐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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