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중간 조사 공청회 예고···유가족 “협의 없이 강행, 즉각 중단을”

고귀한 기자 2025. 11. 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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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무안공항 사고현장에 반파된 ‘둔덕’ 모습. 이준헌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사실관계와 기술적 검증을 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유가족들은 조사 주체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 4∼5일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한 공청회가 개최된다. 이번 절차는 사고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술적 쟁점을 검증하는 자리다. 항철위 위원과 조사관, 외부 전문가,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회는 주제별 세션으로 나뉜다. 첫날에는 조류 충돌 가능성과 방위각시설 운영을, 둘째 날에는 기체(엔진)와 운항 분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발표 뒤에는 분야별 전문가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발표 자료에는 비행기록장치(FDR),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분석 내용 등 사고조사 핵심 근거가 포함된다. 항철위는 조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공개해 조사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청회 전체 과정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된다.

유가족들은 공청회가 유가족과의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과의 협의 없이 공청회를 독단적으로 강행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토부에서 독립할 때까지 이번 참사에 대한 모든 조사 활동을 잠정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항철위가 국토교통부 소속인 점을 근본적 한계로 지적하며 “조사 대상인 국토부 산하 기관이라는 태생적 구조에서는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이 모두 확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조사 과정에서 정보 비공개, 일방적 절차 진행, 비행기 잔해 방치, 현장 촬영 금지 등이 반복됐다며 “유가족들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고 비판했다.

공청회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의회는 공청회 일정과 내용, 참석자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는 12·29 특별법이 보장한 피해자의 정보 제공 권리와 자료제출 요구권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법 우선 적용 규정에도 불구하고 항철위가 ‘항공·철도 사고조사법’을 근거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번 공청회를 “부실하고 편향된 조사 결과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 절차”로 규정하고 모든 조사 활동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국토부 장관이 법령에 따라 공청회와 사고조사 절차를 잠정 중단시키고, 독립된 사고조사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정부와 항철위가 신뢰 회복을 먼저 약속해야 한다”며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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