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트럼프표 게리맨더링’ 텍사스 선거구 조정안 차단

김원철 기자 2025. 11. 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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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구역 해체는 위헌 소지“…내년 중간선거 혼전 예고
2021년 6월 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주 의사당이 보이고 있다. 오스틴/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지방법원이 텍사스주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사용하기 위해 지난 8월 작성한 선거구 획정안을 금지시켰다. 후보 등록 마감일이 3주가량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선거구대로 내년 중간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새로 그려온 공화당의 선거전략이 큰 암초를 만났다. 텍사스에 대응해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새로 그린 캘리포니아의 새 선거구가 유지될 경우, 오히려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텍사스 서부연방지방법원은 이날 “새로 작성된 선거구가 헌법이 금지한 ‘인종 선별적 게리맨더링일 가능성이 높다. 2026년 텍사스 연방 하원의원 선거는 2021년에 채택된 선거구 지도를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새 선거구 안에 대해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일종의 가처분 결정이다. 제프리 브라운 판사(트럼프 임명), 데이비드 과데라마 판사(오바마 임명)가 찬성했고, 제리 스미스 판사(레이건 임명) 혼자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은 지난 7월 연방 법무부가 텍사스에 보낸 문서를 핵심 근거로 삼았다. 법무부는 문서에서 흑인·히스패닉 등 여러 소수 인종이 함께 과반을 차지하는 ‘연합구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조정을 요구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 서한을 근거로 의회에 새 선거구 작성을 지시했다. 실제 텍사스는 해당 서한에 지목된 선거구뿐 아니라, 주 전역의 여러 연합구역을 해체했다.

미국은 소수인종의 표가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구성해 자신들의 대표자를 뽑을 수 있도록 한다. 투표권법 2조에 근거한 조처다. 법무부의 주장은 ‘단일 소수 인종’이 과반수가 되도록 선거구를 그려야 하는데, ‘여러 소수인종을 합쳐’ 과반을 구성했으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라운 판사는 판결문에서 “투표권법 2조는 연합구역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합구역 자체가 위헌은 아니다. 또한 입법부가 자발적으로 연합구역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인종적 동기로 의도적으로 연합구역을 없애는 것은 평등 보호 원칙을 천명한 수정헌법 제14조, 투표권에 대한 인종차별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15조 위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연방 대법원에 항소 통지서를 제출했다. 투표권 관련 소송은 두 명의 연방지방(1심) 판사와 한 명의 연방순회(2심) 판사로 구성된 3인 판사에 의해 심리되며, 이들의 판결은 직접 미국 연방 대법원에만 항소될 수 있다.

대법원이 행정 정지 명령을 통해 후보 등록 마감일 이전에 이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후보등록 마감일이 다음 달 8일이라 새로운 지도가 2026년 선거에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날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선거전략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공화당은 텍사스를 필두로 전국 여러 주에서 선거구 재조정 전략을 밀어붙여 왔다. 텍사스에서만 새 지도를 통해 민주당이 현재 보유 중인 텍사스 연방하원 의석 5개를 탈환하려 했다.

텍사스의 시도에 맞서 캘리포니아는 지난 4일 민주당에 유리한 5개 선거구 신설을 담은 새 선거구 지도를 유권자 투표로 승인했다. 이에 대해 연방 법무부는 “유색인종이 다수를 차지하는 새로운 선거구를 만들었다”며 “인종을 기준으로 조정된 위헌적 시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백인 유권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리로, 텍사스 사건과는 정반대 쟁점이다. 텍사스 연방법원의 이번 판결이 유지될 경우, 오히려 민주당이 선거구 싸움에서 앞서게 될 수도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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