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에 매화의 춤까지…韓무용 대표 안무가 4인 작품 한자리
국수호 "IMF 시기 삶의 가치 찾고자 한 작품"…배정혜 "춤 연구하다 죽을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한국 무용계를 이끌어왔고 많은 제자를 양성하셨고요. 한국 무용의 중심이자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박인건 국립극장장)
한국무용 대표 안무가 국수호·배정혜·조흥동·김현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국립무용단이 다음 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거장의 숨결'이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장의 숨결'을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한 '3대 테너' 공연에 견주며 "네 분을 모시고 이런 공연을 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한량무 보유자이자 국가 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조흥동,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안무 및 공연 총감독 배정혜, 백남준 등 세계적 아티스트와 협연한 김현자, 국립무용단 제1호 남자 무용수 국수호 등 네 명의 안무가는 한평생 한국무용을 일군 대가로 꼽힌다. 네 안무가 모두 국립무용단 단장을 지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국립무용단은 17∼18일 배정혜의 '솔(Soul), 해바라기'와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을, 20∼21일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을 각각 더블빌(두 개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방식) 형태로 선보인다.
![국립무용단 '거장의 숨결' 안무가들 (왼쪽부터) 조흥동, 배정혜, 김현자, 국수호 안무가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9/yonhap/20251119144219553uipo.jpg)
국립무용단은 이날 시연에서 네 안무가의 대표 작품을 통해 한국 무용의 다양한 매력을 선사했다.
배정혜의 '솔, 해바라기'는 정적인 무용수와 동적인 무용수의 움직임을 교차시키며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그리움을 현대적인 살풀이로 풀어냈다. 2006년 초연했으며 국립무용단 창작 레퍼토리 중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간판 작품이다.
단원들은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에서는 날갯짓을 떠올리게 하는 약동의 움직임으로 생명력을 표현했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두 작품이지만, 당대 한국무용의 방향성을 고민한 결과물이란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배정혜는 "전통에 머물지 않고 새로 창작된 한국 춤이 세계화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그렇게 하는 일이 참 어려웠다"며 "재즈 음악을 갖고 한국 춤을 변형해보자는 생각에 (독일 출신의 재즈 앙상블) 살타첼로가 한국에 왔을 때 같이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국수호는 "1998년 초연 당시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었다. 국립극장에 외국 안무가와 무용수를 데려오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다"며 "굶주리고 정신적으로 혼돈이 왔을 때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는 춤을 찾다가, 동양의 윤회사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보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에서는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한국 무용 특유의 아름다움이 빛났다.
'매화를 바라보다'는 여성 무용수들의 섬세한 손끝으로 매화를 표현했다. 한량무 등 한국 남성 춤의 정수를 전할 '바람의 시간'에서는 남성 무용수들의 강인한 발끝의 움직임에서 선비의 태도와 기상이 드러났다.
김현자는 "일생을 전통과 신무용과 현대를 어떻게 다 수용할지 찾아 헤맸다"며 "'매화를 바라보다'는 전통의 씨줄과 현대의 날줄로 교직한 비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흥동은 "저는 인격·덕망·학식·품격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상남자의 춤을 한량의 춤이라고 정의한다"며 "제가 평생 춤의 길을 바람과 함께 걸어왔다는 의미에서 '바람의 시간'이라고 의미를 붙였다"고 소개했다.
조흥동은 무용수로서 무대에도 직접 오를 예정이다.

안무가들은 함께 공연하게 된 것에 감격스러워하면서 춤을 향한 그치지 않는 열의를 드러냈다.
조흥동은 "가진 재주가 없다 보니 춤밖에 할 일이 없었다"며 "춤을 추다 보니, 내가 좋아해서 하다 보니, 영광스럽게 이 자리까지 온 듯하다"고 돌아봤다.
배정혜는 "80이 넘은 지금까지 계속 춤을 춰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며 "앞으로도 계속 춤 연구를 하다가 죽겠다"고 미소 지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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