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아동학대 고발 보도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아동학대 피해 증언·실명 보도에 삭제 가처분·고소 대응
JTBC 선고유예 사건 이어 논란 계속… 아동학대처벌법 악용 논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대구 피겨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로 고발된 코치가 사건을 보도한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기사 삭제 가처분을 구하고 기자 개인을 형사고소하고 나섰다. 특히 실명 보도를 두고 기자 개인에게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를 주장했다. 애초 피해아동 신상 보호를 취지로 만들어진 법 조항이 가해자의 '언론사 고소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탐사보도 매체 '셜록'은 지난 8월 '칼날 위의 아이들' 연속 보도로 대구의 한 피겨스케이트 코치가 아동 선수를 장기간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는 사건을 다뤘다. 현재는 성인이 된 학대 피해자들의 증언 인터뷰를 담고, 가해 코치 발언 녹취를 공개해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고도 밝혔다. 셜록은 코치 실명과 그가 운영한 팀의 SNS에 공개됐던 사진을 함께 밝혔다.
이 사건은 KBS가 지난 4월 코치의 피고소 사실을 보도하며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고연서(가명·현재 24세)씨는 지난해 12월 10~15세에 걸쳐 해당 코치에 의해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대구빙상경기연맹엔 징계도 요구했다. 해당 코치는 주니어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유명 코치로 2023년엔 대구시장상을 받았다.
KBS는 당시 보도에서 “피겨 스케이팅 코치의 아동학대 혐의가 10년 넘게 공론화되지 못한 건 스포츠계의 폐쇄성 때문”이라며 “피해자를 도왔던 증인이 오히려 싸늘한 시선을 받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썼다. 조아영 셜록 기자는 “기존 보도만으로도 학대 수위가 심각했지만, 피해자 가족과의 대화에서 연맹 징계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취재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도 직후인 지난 8월28일 해당 코치가 법원에 기사 삭제 또는 신상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기사를 작성한 조아영 기자를 상대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조 기자가 휴대폰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취재를 시도하고, 주소지로 방문해 두 차례 공동현관 호수 초인종을 누른 것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며, 자신의 신상을 밝힌 것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셜록은 해당 코치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가대표 코치'로 알려졌고 빙상 체육계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공적 인물이며, 보도 내용이 중요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해 실명 보도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은 그간 언론계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이 법 35조2항은 언론사와 출판인이 “아동보호 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JTBC는 2019년 9월 피겨 코치 ㄱ씨가 제자에게 폭행·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며 가해 코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는데, 가해 코치가 JTBC와 취재기자를 고소했다. 당시 경찰은 보도에 공익 목적이 크다고 판단해 기자에 대해 불송치 판단했지만, 검찰은 재수사를 지시했고 해당 기자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은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부지법이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부지법은 “피해아동의 2차 피해 우려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아동학대 실태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2022년 10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기자는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안홍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JTBC 보도 사례는) 입법 당시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의 적용 범위가 잘못 풀이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을 지낸 신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영)는 통화에서 “이 조항이 만들어진 계기와 법률 편제상 조항이 말하는 '아동보호사건'은 형사사건이 아니라 학대 수위가 경미해 원가정 회복을 목표로 하는 보호처분이 내려진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 경우 행위자인 부모가 알려짐으로써 피해아동이 공개 피해를 받는 일을 막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셜록 보도는 성인이 과거 피해 사실을 언론에 증언한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 변호사는 “셜록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볼 때 성인이 된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사실도 (쟁점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아동학대 사건 기사를 작성하며 법적 검토를 거쳐 본 방송사의 A 기자는 “이 법 조항은 가해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조항을 악용해 문제인데, 성인을 인터뷰한 셜록의 경우 (아동의 불이익 여지가 적으므로) 해당되지 않을 여지가 커 보인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정감사에선 해당 사건이 실명으로 다뤄졌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대한빙상연맹 박세우 전무이사를 향해 해당 코치의 이름과 학대 행위를 열거하며 “왜 우선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 “대구빙상연맹 회장이 합의하라고 종용했죠”라고 물었다. MBC와 더팩트 등 일부 언론사는 코치 실명을 포함해 현장 영상을 전하기도 했다. 국감에서 국민에게 공개된 내용이 언론 보도에서는 오히려 가려지게 되는 상황이다.
셜록은 형사고소와 가처분 신청으로 후속 보도를 중단한 상태다. 조 기자는 “가처분 신청이 걸린 와중에 보도를 이어가면 불리한 판단을 받을까 봐 보도를 잠정 중단했다”고 했다. 그는 “이 법 취지 자체가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반대로 왜곡된다고 느낀다”고 했다. A 기자는 “발의한 의원도 법의 미비점을 인정한 사실이 있는 만큼 해당 조항이 '가해자 보호법'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공론화돼 국회에서 입법 보완이 이뤄지고, 다른 언론인이 이 조항으로 발목이 잡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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