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소통 그리며 사회 부조리 담은 연극
19일 마산서, 22일 밀양서 선보여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가 연극 <수업>(외젠 이오네스코 작·박기량 연출)을 무대에 올린다. 먼저 19일 오후 7시 30분 마산문화예술센터(창동시민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후 경남연극인페스티벌 기간 중 22일 오후 5시 밀양아리나 스튜디오1극장에서 선보인다.
연극은 중년 교수, 20대 학생 그리고 하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활기차고 당찬 학생은 교수에게 무엇이든지 다 배울 수 있다는 자세다. 척척박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을 보고 흥미가 생긴 교수는 산수를 공부하려 한다. 이때 하녀가 다가와 "산수부터 하지 마세요"라고 조언하는데 교수는 하녀에게 자리로 돌아가 제 할 일이나 할 것을 명령한다.
수업 초반 분위기는 순조롭다. 교수는 학생보다 자세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대한다. 목소리는 낮고 발음을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면서 학생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수의 이런 태도는 복수, 덧셈을 배울 때까지만 해도 지속되지만 뺄셈과 곱셈에서 막히고 만다.


지식을 얻으려면 고통과 인내가 수반돼야 하는데, 학생은 그저 학위만 얻으려는 속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척척박사가 될만한 자질이 없는데 부모의 강압으로 떠밀려 온 학생일지도 모른다. 서로 속사정은 모르는 채 수업은 이어진다.
학생은 언어학 수업으로 넘어가면서 치통을 앓기 시작한다. 교수는 학생에게 참으라고 하면서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것을 죽을 때까지 잊지 말라고 다그친다. 수업을 빨리 끝내야 병원에 가든 해결을 할 수 있는데 학생은 수업을 듣기 싫은 듯 '이가 아파요'만 반복적으로 말한다.
교수는 학생의 고통을 무시하면서 연음의 개념에 대해서, 연음을 발성하는 방법을 빠르게 설명하려 든다. 교실은 열의에 찬 공간이었다가 점점 공포감에 압도된다. 수평적으로 앉아 있는 것 같았던 둘 사이에 위계가 생긴다.
결국 교수는 학생의 무릎을 꿇리게 하며 스페인어, 신스페인어 차이점을 설명하고 루마니아어 번역 원리를 알려주려고 한다. 이가 아픈 학생은 수업 내용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교수는 의도적으로 억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학생은 눈에 띄게 수동적으로 변하며 자아를 잃어간다.


박 연출은 지난해에 선보였던 같은 작품에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무대 장치에서 벽을 없애 배경을 간소화했다. 무대에는 대도구와 소품은 책상과 의자 3개, 종이 뭉치가 전부다. 이를 통해 배우의 신체, 언어로 배우의 힘으로 작품을 이끌어가고자 했다.
등장인물에도 변화가 있다. 방관자인 하녀가 지난 공연과 달리 퇴장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수업을 다 보고 있다. 그리고 공연 마지막에서 "난 다 기억하고 있다. 다들 기억을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며 40명째 학생을 맞으며 작품이 끝나도록 제작했다. 박 연출은 우리 사회에 있는 이기적인 방관자가 가장 보편적인 인물상인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하녀가 무대 위에서 말하지 않는 순간들, 자신의 귀와 눈은 열었지만 입만 닫은 상황을 풍부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세 명의 인물로 소통하지 않는 현대 사회를 표현했다.
객석과무대는 지역에서 계속해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인이 작품을 제작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기량 연출을 비롯해 교수 역에 문지완 배우, 학생 역에 김미연 배우, 하녀 역에 최현서 배우가 나선다.
이번 공연은 문화예술진흥원의 공연지원사업으로 진행한다. 공연은 무료다. 문의 010-9686-6265·010-5584-3878.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