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마약 반대 활동가 가족 피살…마크롱 “마약과 전쟁”

천호성 기자 2025. 11. 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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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과 맞먹는 강도로 '마약 밀매와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마르세유에서 마약 반대 운동을 하던 청년 활동가의 동생이 괴한에게 암살당한 뒤, 프랑스에서 마약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 길거리에서 반 마약 활동가이자 녹색당원인 아민 케사시(22)의 동생 메흐디(20)가 정체불명 총격범에게 암살당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마약 범죄에 강경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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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르세유의 마약 반대 활동가 아민 케사시의 동생 메흐디를 추모하기 위해 18일 시민들이 마르세유 거리에 꽃을 놓아두었다. 그는 지난 13일 마르세유 도심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과 맞먹는 강도로 ‘마약 밀매와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마르세유에서 마약 반대 운동을 하던 청년 활동가의 동생이 괴한에게 암살당한 뒤, 프랑스에서 마약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르몽드·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방문 중 기자회견을 열어 “테러와의 싸움에서 해왔고, 또 성공했던 조치를 마약 밀매에 대해서도 실행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국제적 차원까지 아우르는 완전히 통합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마약 구매자들을 향해 “코카인이나 대마를 사는 행위는 (마약 범죄에의) 공모이며, 조직 범죄망에 자금을 대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역시 이날 국회에 출석해 “과거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성과를 냈던 모든 조처가 마약 밀매와의 싸움에도 영감이 돼야 한다”며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 길거리에서 반 마약 활동가이자 녹색당원인 아민 케사시(22)의 동생 메흐디(20)가 정체불명 총격범에게 암살당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마약 범죄에 강경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당시 2인조 괴한은 주차를 마친 메흐디의 차량 옆에 오토바이를 댔고, 오토바이 뒷좌석의 총격범이 그를 향해 여러번 방아쇠를 당겼다.

케사시 형제는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모이는 마르세유 북부에서 자랐다. 지난 2020년 이복 형제가 마약 거래 분쟁에 얽혀 살해당하자, 아민은 마약 범죄 피해자 가족을 돕기 위한 비영리단체(NGO) ‘콩시앙스’(Conscience·양심)를 설립했다.

이후 마르세유 빈민가의 마약 퇴치와 마르세유 북부 청년들의 빈곤 해소 운동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녹색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기도 했다.

동생 메흐디 역시 아민의 활동을 응원해왔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메흐디는 범죄에 연루된 전력이 없으며 경찰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에프페 인터뷰에서 “형 아민은 내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형처럼 젊은 사람이 어려운 정치 분야에 뛰어든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치안 당국은 지역 마피아들이 아민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파리 경찰청장 출신 프랑스 내무장관인 로랑 뉘녜즈는 이날 “이는 분명히 일반적인 보복 살해가 아니다. 협박 목적의 범죄”라고 말했다. 브누아 파이앙 마르세유 시장도 이번 살해가 “도시를 좀먹는 마약 밀매에 맞선 아민의 운동을 단념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매우 끔찍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내 마약 마피아들을 일망타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뉘녜즈 장관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 내각 회의에서 “이 사건은 (마약과의 싸움에) 하나의 전환점이다. 이번처럼 준비된 살인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 밀매를 주도하는 “마르세유 마피아들”이 있다고도 했다.

뉘녜즈 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법무장관은 20일 마르세유에서 마약 마피아 소탕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달 중순 마크롱 대통령도 마르세유를 방문한다.

프랑스는 최근 마약 유통 조직들의 이권 다툼과 폭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넘어 유럽 대륙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자, 프랑스 최대 항구 중 하나인 마르세유에선 마약 마피아가 시민들을 향한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아에프페는 올 들어서만 이곳에서 14명이 마약 조직 범죄에 휘말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동부 그르노블에서도 16일 17살 청소년이 마약 우범지역에서 총에 맞아 혼수상태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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