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키운 제주경찰, 직접 나선 유족…쿠팡 기사 혈액서 ‘음주X’ 주장

김찬우 기자 2025. 11. 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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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기록 확인 결과 성분 미검출” 고인 행적까지 공개한 유족
부실한 초동수사, 미흡한 대응 제주경찰…결국 피해자가 증명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 유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 정당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쿠팡 새벽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오승용 소속 택배 영업점이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의무기록 확인 결과 혈액에서 음주 관련 성분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초동 조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데다 스스로 밝힌 내용을 뒤집으면서 거짓 설명 논란을 자초한 경찰 대신 유족이 직접 고인의 무혐의를 입증해 보이기 위해 나선 것이다. 

유가족은 의혹 제기 관련, 허위사실 유포 및 사자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오승용 씨 유족,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조국혁신당 등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을 향해 과로사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회견에 앞서 고인의 아내 A씨는 최근 불거진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 부친 장례식 이후 출근까지 고인의 행적 등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 음주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고인은 부친의 장례를 마친 뒤인 11월 8일 새벽 2시 처가에 도착한 뒤 다음 날인 11월 9일 오후 2시까지 장인·장모 등 일가 친척들과 휴식을 취했다. 

이후 처가에서 나온 고인은 A씨 등 가족과 함께 자택으로 귀가했고 출근을 위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물건 분류 및 배송 업무를 위해 오후 6시 30분쯤 자택을 떠났다. 

오후 7시 업무를 시작한 고인은 계속해서 배송하던 중 다음 날인 10일 오전 2시 9분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도로에서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A씨에 따르면 고인의 행적에서는 음주를 했을 법한 정황이 전혀 없다. 제주동부경찰서 역시 18일 설명자료를 통해 "현장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 등 음주 의심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A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직후 이송된 병원의 초기 진료 의무기록을 확인한 결과 음주와 관련된 어떤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무기록 중 혈액 검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음주 관련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명예훼손으로 판단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진행된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 오승용씨 유가족의 입장 발표 중 고인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 문제의 발단은 고인이 소속된 택배 영업점이 고인 사고에 대한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해당 영업점은 고인이 과로사로 숨진 것이 아니며, 근무 당일 음주운전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경찰은 다수 언론을 통해 사고 당시 간이측정기 등을 통해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알코올은 감지되지 않았다는 등 '음주 측정을 했지만, 감지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밝혔다. 

그러나 이내 경찰은 당시 사고에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사고 범위가 심각해 운전자 구조 조치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음주 감지 및 채혈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경찰이 제대로 된 사실확인 없이 음주운전 측정 여부를 언론에 밝히면서 혼란이 빚어졌고 이 틈을 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유족을 향한 2차 피해도 발생했다. 이에 유족은 직접 고인의 행적과 의무기록 확인 결과를 밝히며 반박했다. 

피해자가 '혐의 없음'을 증명한 격으로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이행했거나 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처했다면 빚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관련해 제주동부경찰서는 설명자료를 통해 음주 정황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혼선을 빚은 데 대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인의 친누나는 "동생은 살기 위해 일했다. 미래를 준비하고 가족을 위해 아빠 장례를 치르고 나서 하루 밖에 못 쉬고 새벽 어둠 속으로 나갔다"며 "그런데 그 길에서 쿠팡의 착취와 압박 속에 쓰러져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이 죽었는데, 한 노동자가 죽었는데 기업의 첫 마디는 책임 회피였다"며 "일절 사과 한 마디도, 설명도 없었다.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태도도 없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더 죽어야 움직이고 대책을 세울 건가. 절대 멈추지 않겠다. 동생의 죽음을 결코 묻어두지 않겠다. 다시는 어떤 부모도, 자식도 울부짖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며 "승용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너를 이렇게 보낸 현실을 끝까지 뒤집어 엎을 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