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 상품이 싸다” 도 옛말… 마트의 꼼수 ‘번들플레이션’

노유정 기자 2025. 11.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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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품 보다 비싼 묶음 상품 빈번
양 줄여 파는 슈링크플레이션도
상품 단위당 가격 꼼꼼히 살펴야
“선택권 넓히기 위한 소용량묶음
포장 과정 많아 단가 비쌀수도”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상품 가격을 살피고 있다.

글·사진=노유정 기자

“당연히 묶음 상품이 양이 많은 만큼 싸다고 생각하니까 사려고 했죠.”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민 김모(81) 씨는 과자 3개가 묶여 있는 상품을 집어 들었다가 도로 내려놨다. 묶음 상품 속 과자 10g당 가격이 오히려 단품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였다. 김 씨는 “단위당 가격까지 하나하나 따지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 진소영(39) 씨는 가격표에 있는 단위당 가격을 살피는 것으로 모자라 휴대전화까지 손에 들고 이커머스 속 가격과 비교하고 있었다. 진 씨는 “1+1으로 크게 할인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원래 두 개 가격으로 올리는 경우들이 간혹 있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서 구매한다”며 “나이 드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도 잘 못 하시니 잘 모르고 사시는 경우가 있어 부모님 생필품을 직접 사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수량·크기·품질을 낮춰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행위)’ 같은 꼼수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음에도 중량에 따른 가격 역전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이 구매할수록 더 저렴해진다’는 통상적인 인식과 다르게 일부 대형마트 매장에선 번들 플레이션(묶음 상품이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현상) 사례가 드러났다. 일부 이커머스에선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물의 무게를 내세워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단위당 무게, 실제 내용물의 구성을 꼼꼼히 살피며 유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 문화일보가 서울 시내 주요 대형마트 등을 조사한 결과, 번들 플레이션이 다수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에서 A식품업체의 감자칩은 110g 한 봉지가 10g당 182원(총 가격 2000원)이었다. 하지만 50g 3봉지를 파는 묶음 상품은 10g당 199원(총 2980원)으로, 묶음 가격이 더욱 비쌌다. B제과업체의 초콜릿 과자 제품은 12개 들어있는 제품이 10g당 85원(총 168g·3980원)으로, 10g당 92원에 달하는 18입 제품(총 702g·6480원)보다 저렴했다. 그외에 즉석밥 130g 12개 묶음이 210g 8개 묶음보다 100g당 7원 가까이 싸거나, 캔맥주 500㎖ 4캔이 355㎖ 6캔보다 100㎖당 34원 저렴한 사례가 드러났다.

제조업체들은 판매가는 유통업체에서 지정한다는 입장이었다. B업체 관계자는 “판매처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정착한 지 오래”라며 “제조사에선 제조 원가에 따라 공급가를 정하는데 유통업체가 이를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유통업체에선 소포장 제품을 묶은 번들 상품이 대용량 낱개 상품보다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번들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소용량이 포장에 따른 부자재도 더 많이 들고 포장과 묶는 과정에서 인건비도 더 많이 필요해 개당 단가가 더 비싸진다”고 말했다. A식품업체 관계자 또한 “소포장 번들 제품은 하나씩 꺼내먹을 수 있어 보관이 용이하다”며 “양이 많으니 무조건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이윤을 줄이고 할인 행사를 한 영향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또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묶음 상품 외에도 소용량보다 대용량 제품의 단위당 가격이 비싸지는 경우에는 일부 상품에 할인 프로모션이 제공된 영향일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에선 중량 눈속임을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단위가격 표시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법망을 피하는 꼼수가 일부 발견됐다.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자체 브랜드(PB)에서 판매하는 한우 대창 세트 상품은 ‘내용량(제품 내부에 실제로 들어 있는 내용물의 무게)’ 표기로 인해 소비자원에 신고가 제출됐다. 해당 상품의 판매 페이지에선 제품 이름에 ‘내용량 400g’이라는 문구가 함께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세부적인 상품 설명을 통해 중량을 보면 실제 한우 대창 중량은 300g, 소스 무게만 100g을 차지했다. 제조사는 “자세한 상품 표기에는 한우 대창과 소스 무게를 각각 적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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