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내야 기준점이 사라졌다

주홍철 기자 2025. 11. 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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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축이 빠진 KIA 내야, 움직임 전체가 바뀐다
-경험·루틴·호흡…사라진 ‘기준선’이 남긴 파장
-김규성·박민·정현창·김도영, 새로운 설계도의 변수
-내야 재정비 실패 시 KIA 경쟁력의 불안은 커진다
-이번 겨울, KIA가 피할 수 없는 수비 재건의 시간
KIA타이거즈 내야수들이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이적이 최종 확정됐다. 이제 KIA는 그의 공백을 메우며, 내야 전체 수비 시스템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두산 구단은 지난 18일 “박찬호와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50억원·연봉 총 28억원·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선수로 젊은 내야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부터 팀을 지켜온 박찬호는 KIA와의 긴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됐다. KIA 입장에선 내년 시즌 전력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손실이다.

야구에서 유격수는 단순히 한 포지션이 아니다. 내야 전체의 움직임과 호흡을 잇는 핵심 역할이다. KIA가 박찬호를 잃으며 고민이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진 자리는 한 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팀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수비 기준선이기도 했다.

특히 이 포지션은 내야에서 활동량이 가장 많다. 타구가 나오기 전부터 위치를 바꾸고, 주자가 나가면 다음 움직임을 미리 계산한다. 주변 내야수와도 말보다 눈빛이나 작은 제스처로 타이밍을 맞춘다. 체력은 기본이고, 순발력과 센스를 갖춰야 하는 자리다. 박찬호는 꾸준한 출전으로 많은 경험치를 쌓았고, 그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왔다.

하지만 새 선수가 들어오면 모든 게 초기화된다. 병살 플레이의 타이밍, 3루수와의 커버 구역, 수비 위치의 깊이 등 기본적인 루틴이 선수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KIA는 내야가 움직이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투수도 영향을 받는다. 투수는 뒤에 어떤 유격수가 있는지에 따라 공 배합이나 코스를 조절한다. 특히 땅볼 유도형 투수는 유격수의 수비 범위와 첫 반응에 크게 의존한다. 그 한 자리에 따라 투수도 리듬을 다시 잡아야 한다. 수비 한 명이 바뀌면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까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KIA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건 아니다. 백업 멤버 김규성과 박민은 올 시즌 부분적으로 유격수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쌓았다. 정현창은 성장 가능성이 큰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본래 유격수 출신인 김도영의 전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이번 스토브리그부터 시행되는 아시아쿼터제 역시 하나의 보완 카드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새로운 수비 시스템을 맞추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KIA가 잃은 것은 선수 단 한 명이 아니다. 수비의 출발점이자, 내야 전체를 지탱하던 축까지 사라진 셈이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이 자리를 중심으로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긋난다면, 수비 조직은 경기 중 작은 실수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내야를 얼마나 안정시키느냐에 따라 KIA의 내년 경쟁력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올겨울 오프시즌이 KIA에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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