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받는’ 중국인에 대한 4가지 팩트체크

김동인 기자 2025. 11. 1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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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중국 포비아’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3대 쇼핑’ 등 중국인이 한국에서 온갖 특혜를 누린다는 억측은 대체로 사실과 거리가 멀다.
무비자 입국 첫날인 9월29일,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그렇다. 지난해 국민의힘이 발표한 각종 논평에서 제목에 ‘중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는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는 벌써 스물두 번이나 당 공식 논평에서 중국을 언급하고 있다. 당 지도부일수록,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수록 중국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를 언급하며,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심까지 드러낸다. 이런 언급 속에는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3대 쇼핑 방지법’이다. ‘3대 쇼핑’이란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의료·부동산·선거를 쇼핑하듯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감사를 앞둔 10월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중국인이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이른바 3대 쇼핑 중이다. 국민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대 쇼핑’ 주장은 과도한 부풀리기이거나, 일부 숫자만 강조한 결과에 가깝다. 의료 부문부터 그렇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국인이 한국에서 지불하는 건강보험료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10월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자의 70.7%가 중국인이고, 부정수급자 규모도 2023년 8856명에서 2024명 1만2000명으로 늘었다. 중국인 건강보험은 2016년 이후 8년간 47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정수급의 99.5%는 사업장을 퇴사했을 때 사업주가 신고를 늦게 하는 바람에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의 적자폭도 꾸준히 감소해 2024년에는 55억원 흑자라고 알렸다. 정 장관의 말대로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8년부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19년에는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2024년부터는 외국민 및 재외국민이 6개월 이상 한국에 거주해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건수만 보면 통계상 중국인의 의료 행위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외국인 가운데 동포 비자를 가진 한국계 중국인(재중 동포·재한 조선족)이 다수이며,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역시 고령층이 병원을 더 많이 찾는다는 점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하는 외국국적동포 거소신고 현황(2025년 9월)에 따르면, 전체 거소 동포는 55만3613명이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은 33만1565명으로 59.89%에 달한다. 단기 취업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은 주로 젊은 연령대가 많다. 반면 동포 출신 외국인일수록 장기 거주 고령층이 많다. 국내 거소 재외동포(F4 비자) 가운데 약 70%가 중국 국적이다.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특정 국적 출신이 병원을 자주 찾는다는 주장에서 놓치고 있는 점이다.

부동산 보유 문제는 더욱더 사실관계에서 멀다. 7월4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자격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외국인 부동산투기차단법’을 발의했다. 당시 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인이 투기로 산 아파트에 국민은 월세 살게 생겼다는 말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작년 중국인이 1만명 넘게 국내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수도권에 편중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구조에서 눈에 띄는 국적은 중국보다는 미국이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외국인은 미국인(5678채)이었고, 중국인은 그보다 절반에 못 미치는 2536채에 불과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외국인 주택소유현황’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공동주택 수는 총 9만1518호(아파트 6만여 호, 연립·다세대 3만여 호)이며, 이 가운데 중국인은 5만4121호, 미국인은 1만8463호를 가지고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은 서울 아파트 보유 비중이 다른 국적에 비해 높은 반면, 중국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기권에 주택을 구매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외국인 주택 소유 데이터를 보면, 이들 지역에서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하더라도, 대부분 1주택 실거주로 추정된다. 주택 수별 보유 현황을 보면, (단독주택 포함) 총 9만3414호 가운데 1주택 보유인 경우는 8만7291호로, 전체 외국인 보유 주택 중 약 93%가 1주택 보유분이다.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중국인으로 인한 투기성 거래’는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값싼 음모론, 해소에는 큰 자원 들어

‘선거 쇼핑’ 역시 낭설에 가깝다. 외국인에게 선거권이 부여되는 경우는 전국 15만8000여 명에 불과한 ‘영주권자(F5 비자)’의 경우로 한정된다. 지방선거에서만 투표권을 사용할 수 있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해야 하는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이들의 투표율은 13.5%(총 1만6973명)였다.

근거가 불분명한 국민의힘의 ‘중국 포비아’는 ‘3대 쇼핑’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장 극단적인 발언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황당한 주장은 ‘증시 개입설’이다. 10월16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한 김 최고위원은 “금리가 높은데 희한하게 주가가 오른다.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봐야 맞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10월28일에 발표한 ‘9월 외국인투자자 증권매매동향’에 따르면, 9월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한 자본의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44.8%), 싱가포르(14.3%), 미국(13.1%) 순이며, 중국은 0.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29일 인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혐중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민수 최고위원(맨 오른쪽). ⓒ연합뉴스

김민수 최고위원의 연이은 ‘중국 포비아’ 발언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불안을 부추긴다. 9월29일 인천관광공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도 김 최고위원은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입국으로 전염병 및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관광 목적으로 최대 15일 동안 체류 자격을 얻어 입국하는 이들에게 ‘범죄자’와 ‘감염병 보균자’의 낙인을 찍는 발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야외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성별 떠나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동해달라” “손 소독 등 개인 위생에 주의”하라는 대국민 당부(?) 메시지까지 남겼다.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전 국민의 안전 위기로 등치시키는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은 어떠한 통계지표나 사례도 제시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음모에는 돈도 시간도 정성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덧씌운 고정관념과 막연한 불안은 해소하는 데 큰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근거 없는 억측이 제1야당 지도부의 입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불거지고 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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