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 성장세 ‘위풍당당’…이젠 품종별로 만난다

박준하 기자 2025.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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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델라웨어’ 씨 없고 단맛 강해 ‘주목’
흔히 볼 수 있는 ‘산머루’도 와인으로
무시 받던 ‘캠벨얼리’의 새로운 변신
국내 개발된 ‘청수’, 화이트로 만들어

한때 외국산 와인에 밀려 평가절하되던 한국 와인의 품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만찬장에서도 한국 화이트와인이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과거 단일 품종에 머물렀던 생산 방식은 이제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확장됐고, 이를 통해 ‘한국 와인만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품종별 한국 와인과 특징을 알아본다.

‘킹델라웨어’로 만든 충북 영동 갈기산 와이너리 ‘포엠 로제’. 갈기산 와이너리

‘킹델라웨어’는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20~25브릭스(Brix)로 높으며 씨가 거의 없다. 이 포도를 와인으로 잘 살려낸 곳 가운데 하나가 충북 영동의 갈기산 와이너리다. 갈기산 와이너리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킹델라웨어의 풍미를 담아 대표 와인인 ‘포엠 로제’를 선보이고 있다. 한 모금만으로도 산뜻한 과실 향과 은은한 장미 향이 피어오르며 깨끗한 단맛이 균형 있게 이어지는 미디엄 스위트 스타일이다. 이 와인은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한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에서 대상을 받으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갈기산 와이너리는 이 밖에도 ‘산머루’ ‘나이아가라’ ‘청수’ 등 다양한 품종으로 다채로운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산머루. 하미앙와인밸리

우리 산천 어디에서나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열매 ‘산머루’. 가을이면 검붉은 빛으로 익어가는 이 ‘산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과일로, 포도보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아 발효가 빠르게 진행된다. 당도는 대체로 20브릭스(Brix)를 웃돈다. 머루가 지닌 한국적인 풍미 덕분에 한식과도 조화가 좋아 전국 곳곳의 와이너리에서 사랑받는 과일이기도 하다. 전북 무주의 덕유와인은 1994년부터 산머루로 와인을 빚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마이클 잭슨이 이 와인을 맛보고 극찬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산머루’와 포도를 블렌딩(섞은)한 ‘달1614’ 와인을 만든다. 경남 함양 하미앙와인밸리에선 산머루 테마농원을 만들어 ‘하미앙 머루’ 와인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양조용 포도인 ‘머스캣 베일리 에이(MBA)’는 일명 ‘상업용 머루포도’로 불리며 국내 와이너리에서 널리 활용되는 품종이다. 단 ‘산머루’와는 엄연히 다르다. 이 포도는 다른 품종에 비해 싹이 늦게 트고 익는 시기가 빨라 비교적 이른 수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평균 당도는 16~18Brix로, 머스캣 향과 함께 캠벨얼리보다 더 진하고 달콤한 풍미를 지닌다. MBA로 와인을 만들면 가볍고 맑으면서 은은한 단맛이 나는 술이 된다. 충북 영동 율와이너리는 ‘MBA’와 ‘산머루’를 블렌딩한 ‘율썸’을 지난해 출시했다. 단맛과 산미가 개성 있게 전해오는 와인이다.

충북 영동 도란원 샤토미소 프리미엄 드라이. 도란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소비되는 ‘캠벨얼리’는 낮은 당도(약 14Brix) 탓에 오랫동안 와인 업계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한국 와인 전문가 최정욱 소믈리에(최정욱와인연구소장)는 이를 두고 “캠벨얼리는 애증의 대상”이라고 표현한 동시에 “가장 친숙하기에 한식과의 조화도 뛰어난 품종”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런 편견과 한계를 넘기 위해 전문가와 와이너리가 꾸준한 시도 끝에 최근에는 품위 있는 캠벨얼리 와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포도 품종과의 블렌딩을 통해 새로운 풍미까지 선보인다. 충북 영동 도란원의 ‘샤토미소 프리미엄드라이’, 오드린의 ‘그랑티그르 S1974’, 강원 영월 예밀 와이너리 ‘예밀 레드 드라이’, 경남 거창 거창포도주 ‘정쌍은 캠벨 레드와인’은 각각 품질이 좋은 캠벨얼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16년 진행된 청수로 만든 화이트와인 평가회. 농민신문DB

화이트와인에선 ‘청수’를 빼놓을 수 없다. ‘청수’는 국립농업과학원이 1993년 개발한 화이트 와인용 국산 청포도 품종이다. 전국에서 재배할 수 있고 추위와 병에 강해 관리가 쉽다. 경북 안동 264청포도와인에선 청수 농사를 직접 지어 다채로운 화이트 와인을 선보인다. ‘광야(드라이와인)’ ‘절정(미디엄드라이와인)’ ‘꽃(미디엄스위트와인)’ 세 종류 모두 청수로만 만드는 게 특징이다. 이번 APEC 정상회담에 오른 경기 안산 그랑꼬또와이너리의 ‘청수와인’ 역시 청수포도로 만들었다.

경북 상주 젤코바 와이너리의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스위트 청운’. 젤코바

샤인머스캣은 화이트 와인계에서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다. 당도 16~18Brix를 지닌 이 품종은 발효하면 열대과일 향이 풍부하게 살아난다. 전반적으로 목넘김이 가볍고 산미가 은은해 담백한 한식과의 궁합도 좋다. 최근에는 스파클링부터 아이스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빚는 시도가 이어지며 활용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경북 상주 젤코바 와이너리는 새콤달콤하고 깔끔한 목넘김을 가진 ‘스위트 청운’을 내놨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는 “한국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도 소비자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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