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사는 세상] 팔방미인 서경석, 한국사 길잡이 변신…“역사 쉽고 재밌게 배웠으면”

황지원 기자 2025. 1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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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사는 세상] (12) 한국사 책 펴낸 ‘합격의 달인’ 코미디언 서경석
한국어교원·공인중개사 합격에
한국사시험 네번 도전해 만점까지
어르신에 역사 수업 재능기부도
강의 비결 담은 한국사 책 출간
직접 고안한 역사 암기법 ‘눈길’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MBC 코미디대상 대상,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까지. 코미디언 서경석(53)은 다양한 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올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이라는 책을 내며 ‘한국사 이야기꾼’이라는 새로운 이력을 추가했다. 신간 준비와 행사 참여에 바쁜 서씨와 유선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도 역사를 좋아했다는 서씨. 하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였을 뿐 몰입한 적은 없었다. 역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방송 활동을 하면서다.

“2006년에 해외로 반출된 우리 국가유산을 조명하는 MBC ‘느낌표 - 위대한 유산 74434’를 진행했어요. 11년 뒤엔 방청객에게 국가유산을 소개하고 점수로 평가받는 KBS ‘천상의 컬렉션’에 출연했죠. 국가유산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발표 대본을 썼는데 그 과정이 어려우면서도 참 뿌듯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역사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2023년 8년간 진행하던 라디오 ‘여성시대’를 정리하면서 짬이 났고, 마음속에 품어온 꿈을 실천하기로 한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서씨는 우선 한국사시험 1급을 획득하는 것으로 자격을 갖추고자 했다. 2024년 5월 본 첫 시험 결과는 79점. 1급에 단 1점이 모자란 점수였다. 3개월 뒤 두번째 시험에선 94점으로 1급을 받았지만 만점을 목표로 세번째 시험을 준비한다. 그렇게 본 세번째 시험은 99점이었다. 이후 그는 흥미로운 제안을 받는다.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속 암기 코드.

“서경석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서경석 모임’이 있어요. 사회복지관을 운영하는 서경석 대표가 ‘어르신들에게 재능기부로 한국사를 가르쳐보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그래서 60대부터 80대까지 어르신 15명에게 두달간 한국사 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수업은 쉽지 않았다. 방금 설명한 내용을 또 물어보며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고 웃는 어르신들과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규 수업 시간엔 계획했던 진도의 반도 나가지 못해 방송 스케줄이 끝난 뒤 한밤중에 강의 영상을 따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서씨의 노력 덕분에 올 2월, 수강생 어르신 중 6명이 한국사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아 급수를 획득했다. 같은 날 시험을 본 서씨도 네번의 도전 끝에 만점이라는 점수를 얻었다.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 다른 사람한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는 것이거든요. 어르신들 덕분에 저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어요. 방송을 하면서 강의 준비를 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젊을 땐 일하느라 공부를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배워서 자식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말씀, 수업 들을 때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빛을 보면서 대충할 수 없었습니다.”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은 그의 강의 비결을 가득 담아 세상에 나왔다. 구어체로 쓰인 책은 마치 서씨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이 읽힌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암기를 위해 그가 고안해낸 ‘한줄 코드’. 고려-거란 전쟁에선 ‘소양강 처녀’ 대신 ‘서양강 장군’(서희·양규·강감찬)을 기억하라는 식이다.

코미디언 서경석씨는 한국사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책을 내며 ‘한국사 이야기꾼’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창비

“책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한국사를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과거에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 공부는 꼭 필요합니다. 또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더 깊이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되죠. 한국사 공부는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하기 좋아요. 근현대사는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해도 쉽고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거든요.”

한국사시험 만점 이전에도 서씨는 49세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43세에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며 화제를 모았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할 땐 그가 모델로 활동하던 인터넷 강의 업체 홍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회사는 오히려 탈락 시 이미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를 만류했다. 서씨는 왜 계속 시험에 도전할까.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있는데 그 수단이 시험인 거예요. 공인중개사 공부가 쉽진 않지만 제 또래에게 강력하게 추천해요. 살아오며 쌓아온 부동산 지식이 있고, 합격해서 노후를 대비할 수도 있죠. 합격을 못하더라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요.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면 주변에 널리 알리세요.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책상 앞으로 갈 힘을 주고, 응원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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