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 도약이 李 정부에 시사하는 것: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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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년 만에 유럽의 모범 경제 성장국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재정적자가 처음으로 독일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기사에서 "한때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와 함께 PIIGS로 불리며 유로존 재정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듣던 스페인이 건전 재정을 달성하고,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재정위기 당시 독일보다 6.0%포인트 이상 높았지만, 지금은 약 0.5%포인트 차이만 존재한다"고 조명했다.
강한 증세가 강한 경제로 되돌아온 대표적인 나라인 스페인의 도약은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배당소득 최고세율 인하에 이어 상속세 완화 등 부자감세와 초부자감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에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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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등 스페인 재정 건전성 극찬
선진국 중 지난해 경제성장 1위
강력한 자본 증세가 성장의 동력
상속세 최고 87%, 부유세 3.5%
재산·소득 많을수록 세율도 높여
감세와 건전재정은 양립 불가능
# 스페인은 한때 유로존 경제를 위협한다던 모욕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12년 만에 유럽의 모범 경제 성장국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스페인이 건전재정으로 독일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 그런데 일부에서는 스페인의 조세 체제를 최악이라고 비난한다. 스페인은 강력한 자본 증세로 경제성장에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이재명 정부에 시사한 것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스페인 정부는 자본 과세를 강화해 경제성장의 기반으로 삼았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thescoop1/20251118193015737oyya.jpg)
지난해부터 스페인 경제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은 정부가 부채를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선진국으로 한정하면 사실상 유일하다.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팬데믹 직후 124.2%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매년 큰 폭으로 정부부채 비율을 줄여나가 올해 2분기에는 103.4%까지 축소했다(스페인 중앙은행).
스페인은 재정적으로 방만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재정적자가 처음으로 독일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기사에서 "한때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와 함께 PIIGS로 불리며 유로존 재정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듣던 스페인이 건전 재정을 달성하고,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재정위기 당시 독일보다 6.0%포인트 이상 높았지만, 지금은 약 0.5%포인트 차이만 존재한다"고 조명했다. 올해 스페인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세금 지출이 수입보다 적은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재정에 기대지 않고도 고성장을 달성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3일 '프랑코 사후 50년, 스페인은 훨씬 좋은 나라가 됐다'는 기사에서 스페인의 경제적인 안정을 언급했다.
2024년 12월에는 스페인을 '최고의 성과를 낸 선진 경제권'으로 선정했다. 스페인의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3.5%로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위였다(전쟁 특수 이스라엘 제외). 이코노미스트는 "12년 전 경제 실패의 대명사였던 스페인은 모든 선진국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런 스페인을 OECD 최하위권 경제로 선정한 유력 싱크탱크도 있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다. 조세재단은 지난 7일 2025년 국제 조세 경쟁력 지수를 발표하며 스페인을 이렇게 평가했다.
"스페인의 조세 경쟁력 지수는 38개 OECD 회원국 중에서 지난해 27위였는데, 올해는 34위로 하락했다. 이 나라는 2017년 이후 여러 차례 세금을 인상했다. 특히 스페인의 재산세 경쟁력은 최하위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thescoop1/20251118193017001jgfk.jpg)
FT,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매체가 설명하지 않은 스페인 경제의 도약 이유가 설명되는 순간이다. 강력한 자본세 증세가 스페인 성장의 원천이었다. 스페인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본 과세 체제를 지닌 나라다.
부유층 자산에 직접 과세하고, 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스페인은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올해 흑자재정을 달성했고, 지난해엔 미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자본 과세 체제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새로운 부유세인 '국가 연대세'와 '상속세'다. 유럽 대다수 국가가 부자들 재산에 직접 과세하는 부유세를 2000년대 들어서 폐지하자 불평등이라는 부작용과 함께 재정 문제가 불거졌다. 프랑스는 최근 부유세를 부활시키려다가 특권층의 조세저항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2011년 부유세를 되살렸다. 그러자 마드리드 등 지방정부들이 지방세인 부유세 세율을 0%로 조정하면서 저항했다. 중앙정부는 2022년 '국가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2년간 최고 3.5%의 세율로 초부자들의 부동산 등 자산에 직접 과세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국가 연대세 과세 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사실상 부유세를 국세로 만들었다.
스페인 정부가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고율로 유지하는 이유는 조세 정의 차원이다. 스페인 가계 순자산의 95.6%가 상속받은 재산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87.67%까지 끌어올렸다(아스투리아스 주정부).
스페인 중앙정부는 고액 자산가의 상속세를 국세로 전환하려고 한다. 중앙정부는 지난해 9월 상속받는 재산이 300만 유로 이하면 상당 부분을 공제해 주던 정책을 폐기하고, 100만 유로 이상의 상속 재산에 더 많은 상속세를 부과하는 과세안을 발표했다. 마드리드 주정부 등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부자감세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막으려는 것이다.
스페인은 재산과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체제도 강화했다. 팬데믹 이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본 은행들에 매긴 횡재세는 3년을 더 연장해 부과하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8/thescoop1/20251118193018329gpwt.jpg)
횡재세 세율을 기존 4.8% 고정에서 순이자마진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도록 1~6%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역진적인 소비세인 부가가치세는 기본 재화와 일반적인 서비스의 세율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조세 정의를 실현할 계획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성장의 동력을 이동하려는 스페인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디지털서비스세稅(DST·Digital Service Tax)를 거두는 12개 나라 중 하나다. 강한 증세가 강한 경제로 되돌아온 대표적인 나라인 스페인의 도약은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배당소득 최고세율 인하에 이어 상속세 완화 등 부자감세와 초부자감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에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공짜 점심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다.[※참고: 공짜의 경제학: 무상급식, 기본소득, 공짜사탕의 가격 책정 방식·더스쿠프·2025년 8월 20일.]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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