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론스타 악연 13년 만에 종지부…판정 취소 사유는?

백인성 2025. 11. 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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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소송에서 13년 만에 승소했습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나라의 정부를 국제중재기관에 직접 제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 론스타 ISD 승소…"4천억 원 규모 정부 배상책임 소멸"

정부는 오늘(18일)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후 3시쯤 미국 워싱턴 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중재 판정에서 인정한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 1650만 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 지급의무를 모두 취소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용 약 73억 원을 론스타가 30일 내에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로써 원 판정에서 인정된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 원 규모의 정부의 배상책임은 모두 소급하여 소멸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외환은행 매각 둘러싼 한국-론스타 '13년 악연'

앞서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사들이고 9년 뒤인 2012년 4조6,00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팔아 '먹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2012년 5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 달러짜리 ISD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론스타는 2006년 1월부터 론스타를 매각하려 했는데 금융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2007년 HSBC와의 5조9000억원대 외한은행 매각 계약이 파기됐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헐값인 3조9157억원에 넘기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론스타와 관련된 행정 조치에서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소송 제기 10년 만인 2022년 8월, 론스타 주장 중 일부를 인정해 청구 금액 4.6%인 2억1650만 달러(현재 3천여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이에 론스타는 배상금액이 충분치 않다며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냈고, 우리 정부도 판정에 오류가 있다며 역시 판정 취소를 신청했습니다.


■ ISD 중재판정 '전부 취소' 사례 드물어

정부는 오늘 취소위원회의 구체적인 취소 사유가 담긴 결정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홍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단 점이 취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 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ICSID 협약에 따르면 따르면 중재 판정이 취소되는 사유는 총 다섯 가지 경우입니다.

협약 제52조는 △중재판정부 구성의 하자 △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중재인의 부패 △심각한 절차 규칙 위반 △중재판정 이유불기재 등 5가지를 취소 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유가 있으면 당사자는 ICSID 사무총장에게 취소를 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해 3명으로 구성된 취소위원회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부의 법률 해석이나 사실 인정의 당부를 재심사할 수 없고, 오직 위 5가지 절차적 하자만 심사하는데 각각의 사유에 대해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합니다.

이 때문에 취소 결정 자체가 드문 편입니다. 특히 일부 취소가 아닌 전부 취소는 더 드물어, 이번 사건에선 원 판정에 근본적 하자가 인정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우리 정부는 이 가운데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중재판정 이유 불기재 △심각한 절차 규칙 위반 등 3가지 사유를 들어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서 월권이란 중재판정부가 투자협정의 범위를 벗어나 판단했거나 청구 범위를 초과한 배상액을 산정하거나, 관할권 없는 사안에 대해 판단한 경우 등을 말합니다.

이유불기재는 배상액 산정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손해의 인과관계 설명 부족, 중요 쟁점에 대한 판단 누락 등을 말합니다. 심각한 절차 규칙 위반은 당사자 방어권을 침해한 근본적 절차 원칙 위반이 있었단 뜻입니다.

■ 론스타 재소 가능성은?

중재판정이 취소되면서, 해당 중재판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2022년 8월 31일자 원판정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고, 우리 정부의 약 4,000억 원 규모의 배상책임이 소급하여 소멸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이상 론스타는 더 이상 원래 중재 판정에 기한 집행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론상 론스타가 새로운 중재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재합의와 무관한 절차적 사유로 취소된 경우 등입니다.

이는 정부가 결정문을 공개한 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13년간의 소송 끝에 판정이 전부 취소된 점을 고려하면, 동일한 청구로 다시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분쟁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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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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