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나이 듦, 세대마다 다른 감정의 얼굴

충청투데이 2025. 11. 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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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두 아이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그것은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이 듦은 우리가 속한 삶의 자리, 환경,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이 듦은 한가지 감정이 아니라 각 삶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감정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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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청주시 지적정보과 지적재조사팀장

며칠 전, 두 아이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생일이 하루 차이라 늘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데 이번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듬직하고 사랑스럽게 자랐을까?'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흘러간 시간의 무게와 나 스스로의 나이 듦을 돌아보게 됐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그것은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이 듦은 우리가 속한 삶의 자리, 환경,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대였을 때 나이 듦은 두려움을 넘어선 설렘 그 자체였다.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설렘이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결정과 자유를 얻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20대가 돼 설레는 맘으로 그 선물을 받으니 그 안에는 멋짐도 있었지만 책임이라는 무게도 함께 있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설렘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 타인과의 비교 등 이 시기의 나이 듦은 설렘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

30대와 40대가 되니 나이 듦은 점점 '타인을 위한 삶'으로 바뀌어 갔다. 부모로서 자녀를 키우고 배우자로서 가정을 지켰으며 직장에서는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 수많은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썼지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줄어들고 여유와 평온은 뒷전이었다. 때로는 '나'라는 존재가 흐려질 때도 많았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나이 듦은 책임과 헌신의 무게였으며 나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서글픔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50대가 된 나이 듦은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다. 돌아보니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 함께 경험했던 순간들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때로는 아쉽고 후회도 있지만, 그것조차 삶이 내게 준 소중한 배움이었음을 깨닫는다. 현재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소유보다 나눔을, 채움보단 비움의 가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 그래서 이 시기의 나이 듦은 삶에 대한 감사와 자신을 돌아보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나이 듦은 한가지 감정이 아니라 각 삶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감정의 흐름이다. 어린 시절 설레던 것이 어느 순간 무겁고 막막해질 수도 있고 한때는 피하고 싶던 시간이 어느새 삶의 지혜가 돼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이 듦을 단순한 '늙어감'이 아닌 '익어감'이라 했던가.

끝으로, 오드리 헵번의 유명한 말을 되새기며 이 글을 마친다. "나는 주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내가 웃은 흔적이고, 내가 울었던 증거이며, 내가 살아왔다는 발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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