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100일’…공개 발언 전수 분석 속 鄭의 본심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한여름 햇살이 내리쬐던 8월 2일 이 말과 함께 당 대표 임기를 시작했다. 초겨울이 다가온 9일. 그는 취임 100일을 넘겼다. 그 100일 동안 ‘정치인’ 정청래의 정치적 지향점은 어디에 찍혀있을까. 정치인의 심리는 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세계일보가 정 대표 취임 후 100일간 공개석상에서 그가 남겼던 2만여자의 발언을 전수 분석한 이유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 ‘이재명’ ‘내란’

한편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정치학)는 “국민-이재명-내란은 정 대표에게 삼위일체처럼 한 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번 대선이 계엄과 탄핵으로 시작된 선거라 국민의 뜻이라고 명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정 대표는 이 뜻을 ‘이재명정부 성공과 내란세력 척결’로 해석한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발은 국민 명령으로 나라 명운을 살리는 것이며 이를 막으면 내란 세력이라 세 키워드는 일관되게 연결된다”고 말했다.
9월로 들어서면서는 내란과 계엄(109회) 언급 빈도가 증가함과 동시에 ‘사법’(172회) ‘대법원’(78회) ‘조희대’(68회)가 급증했다. 이 시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중심에 두고 사법 정상화, 사법 쿠데타, 사법부 책임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다가 당과 대통령실 간 엇박자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등 외교 성과를 기점으로 대통령 관련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정 대표는 중도층을 포섭할 민생·경제·청년 등 정책 관련 발언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당원주권과 개혁을 강조하는 정 대표가 얼마나 세를 불릴 수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민주당이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연내 완수하겠다고 강조하는 만큼 개혁 관련 발언량이나 강도는 연말 내지는 내년 초까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평론가는 “이 대통령은 현재 국정이 중요하고 정 대표는 지선과 다음 대선이 중요해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다”며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좋아하는 개혁 발언을 이 대통령보다 세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평론가는 “앞으로 지선 국면에서 중도층을 안기 위해 경제단체, 종교단체 등을 만나 온건한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개혁 발언 비중을 줄이되 강도는 낮추지 않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의 센 발언은 정 대표가 위치한 당내 역학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 대표는 당내 의원 지지보다 당원 지지를 등에 업고 민주당 수장 자리에 올랐다. 박 교수는 이런 상황을 그가 당내 ‘지분’이 없다고 표현했다. 박 교수는 “정 대표는 당내 조직, 계파가 약한 당대표 중 하나”라며 “정 대표 말이 무게를 가지려면 당연히 당원이 요구하는 데 충성해야 명분이 선다”고 말했다. 딩원주권주의를 내세우는 정 대표는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에서 ‘1당원 1투표제’를 도입하려 하는데 19일부터 전당원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중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맞상대였던 박찬대 후보와의 대결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66.48% 대 33.52%로 앞섰지만,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대 53.09%로 뒤쳐졌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의 정 대표 발언을 내년 중도확장성을 표방하기 전 자신의 지지세를 다지는 ‘그릇 만들기’라고 빗댔다. 정 대표가 공개발언에서 이재명을 수백번 말하고 당·정·대 원팀 원보이스를 강조해도 ‘정청래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또한 같은 이유다. 박 교수는 “대통령과 갈등도 자기 기반이 약하고 당 장악력이 약한 측면에서 나타난다고 본다”고 평했다. 차 교수는 “정청래란 정치인의 말이 지지층에게 꼭 필요하다는 명분이 서있지만 자기 말로 정치적 고난을 자초한 경우도 많다”며 “이를 체득한 현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앞서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관리하려고 조절한 결과가 이재명, 국민 같은 키워드의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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