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멘탈관리로 '행복한 김부장' 만듭니다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5. 11.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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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출신 밀키트 사업가
1000억에 매각 후 다시 창업
온라인으로 '마음상태' 확인해
명상·운동 등 관련서비스 연결
기업, 직원 마음관리 수요 급증
SK 등 200여개 기업에 서비스
멘탈케어 플랫폼 '클라이피' 이끄는 홍주열 대표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다 보면 붉은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우러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홍주열 유쾌한프로젝트 대표가 스마트폰에 뜨는 글귀 4개를 읽었다. 이후 얼굴을 스캔하니 10~15초 만에 안면 혈류량과 심박수가 측정됐다. 두 지표를 합쳐 나온 홍 대표의 멘탈 점수는 60점.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정도를 숫자로 표시해준다.

유쾌한프로젝트의 멘탈케어 플랫폼 '클라이피'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비대면 멘탈케어를 표방한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에 방문해 검사를 받지 않아도 2~3분이면 '마음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클라이피는 SK텔레콤과 함께 음성의 톤과 떨림 등으로 마음상태를 분석하는 멀티모달 기술을 개발해 관련 특허 10개를 출원했다.

이 기술로 마음상태를 점수화하면 점수가 낮을 때 사용자에게 '알림'이 울린다. 클라이피는 점수별로 명상이나 상담, 식단관리, 운동처럼 도움이 되는 활동을 제안하고, 필요한 서비스들을 연결해준다.

클라이피의 핵심 고객은 직원 멘탈 관리 필요성이 있는 기업들이다. 홍 대표는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근로자는 업무 효율이 최대 40% 떨어지고, 콜센터 직원·간호사·교사 등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의 평균 이직률은 20~35%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 대표는 "인해전술로 회사를 경영하던 때는 지났고, 직원들의 마음건강을 잘 관리해 이직률을 줄여야 하는 수요가 생겨났다"고 봤다. 국내 기업의 35%가량은 직원지원프로그램(EAP)을 도입해 직원이 상담을 받으면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용률은 10% 미만이다. '내가 심리 상담을 받았다는 걸 회사가 알면 인사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낙인효과 때문이다.

클라이피는 기업의 임직원 수만큼 계약해 서비스를 구독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공개되지 않는다. 관리자는 특정 팀이나 조직의 마음건강 추이를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직률 예측치를 받는다. 업무 압박이 심한 부서에 인원을 충원하거나, 업무를 분담하는 등 스트레스 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용도다.

클라이피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기업은 첫달에 예상보다 낮은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에 부서장들과 대표가 일제히 충격을 받았다. "'우리 직원들은 회사 만족도가 높은데, 숫자가 왜 이렇게 나왔지?' 하면서 믿지 못하시더라고요." 노조와 비노조 직원이 대립하던 한 기업에서는 6개월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회사 내 직원들 간 불만 점수가 25% 정도 낮아졌다.

클라이피는 1만여 명의 상담사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20·30대 직원들은 줌이나 문자, 통화 등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상담에 대한 호응이 특히 높다.

클라이피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SK그룹 계열사 등 200개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시장으로도 진출을 계획 중이다. 현재는 두나무앤파트너스로부터 약 20억원의 프리A시리즈 투자를 받은 상태다.

홍 대표는 이미 한 번 창업해 '엑시트'한 연쇄 창업가다. 2015년 설립한 밀키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 '테이스티나인'을 프레시지에 1000억원대에 매각했다.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유통채널에 맞는 밀키트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PB(자체 브랜드)로 생산해 7년 만에 몸집을 키웠다.

새 도전은 식품과 전혀 연관 없는 일로 골랐다. 다시 하는 창업도 녹록지는 않다. 가족이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옛날처럼 집에 안 가지 않고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지키면서 천천히 하겠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그는 "약속은 했는데…"라면서 멋쩍게 웃었다. "창업은 자전거 타기랑 같잖아요. 일단 시작했는데 멈추면 넘어지니까요. 무조건 페달을 밟아야지요." 이미 시계가 오후 6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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