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4만년 전 과거를 말하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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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과학자들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묻혀 있던 매머드의 어금니에서 120만년 된 디엔에이(DNA)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디엔에이 복원과 분석 기술은 고유전학을 넘어 우리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덕분에 2019년에는 1만4천년 전 시베리아 늑대로부터 알엔에이를 복원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등 연구진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묻힌 3만9천년 전 털매머드로부터 알엔에이를 복원하는 데 성공해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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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2021년 과학자들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묻혀 있던 매머드의 어금니에서 120만년 된 디엔에이(DNA)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 기록(78만년)을 크게 앞당긴 성과였다. 디엔에이는 오래전 사라진 생물체의 과거를 밝히는 도구가 되었다.
디엔에이 복원과 분석 기술은 고유전학을 넘어 우리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극미량의 혈액이나 모발로 범인을 지목하고 친자 관계를 확인하며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한다. 수십년간 쌓인 기술과 판례를 통해 디엔에이는 법적 지위를 지니는 생체 신분증이 되었다.
디엔에이와 쌍을 이루는 알엔에이(RNA)는 어떨까? 분자 수준에서 볼 때, 생명 현상은 디엔에이 염기배열이 알엔에이 염기배열로 바뀌고, 이어 알엔에이 정보에 따라 갖가지 생체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된다. 디엔에이가 설계도라면 알엔에이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자인 셈이다. 그런데 외가닥인 알엔에이는 이중나선인 디엔에이보다 쉽게 분해돼, 생물이 죽으면 몇시간 만에 극히 짧은 조각들로 흩어진다. 그래서 오랫동안 알엔에이는 고생물 연구에서 복원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몇년 새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연구자들은 조각난 알엔에이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퍼즐 맞추듯 재조립하는 정교한 기법을 발전시켰다. 덕분에 2019년에는 1만4천년 전 시베리아 늑대로부터 알엔에이를 복원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그 기록이 다시 경신됐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등 연구진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에 묻힌 3만9천년 전 털매머드로부터 알엔에이를 복원하는 데 성공해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이전 최고 기록을 세배 가까이 앞당긴 기록이었다.
연구진은 매머드 근육과 피부에서 수백만개의 알엔에이 조각을 모으고,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오염물질과 미생물 알엔에이를 걸러냈다. 분석 결과는 매머드가 죽기 직전에 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몸에 있는 발톱 자국과 더불어 알엔에이 증거는 매머드가 어떤 포식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디엔에이와 알엔에이는 고유전학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디엔에이가 생물종과 개체를 식별해주는 신분증이라면, 알엔에이는 마지막 순간에 어떤 유전자가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스냅샷이다. 알엔에이는 고생물이 추위에 떨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같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단서를 제공한다.
알엔에이도 법의학에서 점차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예컨대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체액이 혈액인지 타액인지 정액인지는 디엔에이만으론 구별하기 어렵지만, 생체조직마다 다른 알엔에이를 함께 분석하면 더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알엔에이 분해 속도를 따져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도 있다.
알엔에이의 증거력은 아직 디엔에이만큼 크지 않다. 표준화와 검증 기술이나 법정 판례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가능할 것만 같던 고생물의 알엔에이 복원이 잇달아 보고되는 상황을 보면, 알엔에이가 디엔에이의 빈틈을 보완하는 정식 법의학 도구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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