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프랑스 전투기 100대 구매키로…자금은 어떻게?

김희진 기자 2025. 11. 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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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이 17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군기지에서 향후 10년간 프랑스 라팔 전투기 최대 100대를 우크라이나가 구매하는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자국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라팔 전투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재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구매 계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는 합의로 평가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이용한다는 유럽연합(EU)의 구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금 조달 방안이 문제로 남았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군기지에서 향후 10년간 라팔 전투기 최대 100대를 구매하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라팔 전투기를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프랑스가 개발 중인 대공 방어 시스템 SAMP-T와 무인기(드론), 유도 폭탄 등을 공급받는 내용도 의향서에 담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합의는 엄청난 규모로 우크라이나군 재건에 필요한 수준”이라며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지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방어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역사적 합의”라고 했다. 이날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2일 스웨덴으로부터 향후 10년간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를 최대 150대 구매하기로 한 이후 몇 주 만에 이뤄졌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장기적 위협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겠다는 유럽의 결의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라팔 전투기 100대를 구매할 자금 조달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프랑스 최첨단 전투기인 라팔은 1대당 1억유로(약 1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와 프랑스는 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등을 구매 자금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인데 EU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10년간 최대 100대 구매하기로 한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EU는 현재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앞으로 2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1400억유로(약 238조원)를 무이자로 빌려주는 ‘배상 대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벨기에 등이 난색을 표해 가로막혀 있다. 러시아 동결 자산 대부분이 묶여있는 중앙예탁기관 유로 클리어가 위치한 벨기에는 러시아에 보복당하거나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고심이 깊어지자 이날 회원국들을 상대로 대안을 제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대안으로는 회원국별로 우크라이나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EU가 공동으로 돈을 빌려 지원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다만 직접 보조금은 이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회원국에 부담이 되고, 공동 차입은 이자 등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둘 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YT는 “동결 자산을 활용한 자금 지원 계획이 무산될 경우 더 나은 대안은 없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며 “계획 실현을 위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프랑스 등에 전투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언론은 이행 의무가 없는 의향서 형식으로 공급 규모를 부풀려 잡았을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한편 겨울철을 맞아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 공격 중인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 이즈마일항에 정박해있던 튀르키예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용 선박을 공격했다. 이즈마일항은 흑해 하구에 위치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입 항구 중 하나로 꼽힌다. 유로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지역을 통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그리스와의 계약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이번 공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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