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침체 심화… 상업용 부동산 급락에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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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금융권과 규제 당국이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부동산 시장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고음을 내놨다.
최근 몇 달간 사실상 홍콩의 중앙은행 기능을 수행하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은행들의 부실채권 가능성과 소규모 개발업체에 대한 신용 한도 확대 여부 등을 더욱 엄격히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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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로 담보가치 급락
개발사 유동성 위기 확산
홍콩 금융권과 규제 당국이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부동산 시장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고음을 내놨다. 최근 몇 달간 사실상 홍콩의 중앙은행 기능을 수행하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은행들의 부실채권 가능성과 소규모 개발업체에 대한 신용 한도 확대 여부 등을 더욱 엄격히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관련 대출을 뒷받침하고 있는 담보의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는 내부 경고를 받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이 홍콩 경제의 핵심 축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다수 은행가와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규제 당국이 소규모 개발사까지 관리 범위를 넓힌 점을 두고 ‘시장 불안이 더 커졌다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이에 HKMA 대변인은 “은행이 위험한 대출을 조심히 다루라는 것은 오랜 기본 원칙”라고 밝혔다.
홍콩 주거용·상업용 부동산은 최근 모두 약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인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에 따르면 홍콩 주거용 주택가격은 지난 1분기 기준 연간 약 7.8% 하락했고, 고급 주택 시장은 지난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약 14.3% 급락했다. 홍콩 상업용 오피스 시장도 최근 몇 년간 공급 과잉이 누적되며 공실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HKMA는 은행권에 이미 빌려준 대출을 다시 실행할지 묻는 재융자 거래 참여 여부, 담보 가치 하락 리스크 등을 월별로 점검하고 있다는 내부 보고가 나왔다.
홍콩 부동산 침체의 원인으로는 우선 홍콩 자체의 수요 기반 약화가 꼽힌다.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을 아시아 본부로 삼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팬데믹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실제로 외국계 금융·컨설팅·기술기업이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줄고, 고소득 외국인이 빠져나가 주거 수요도 약해졌다. 여기에 인구 유출까지 겹치면서, 홍콩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기반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금융 환경 악화와 공급 과잉이 충격을 키웠다. 홍콩은 달러 통화연동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 홍콩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개발사·임대인 모두 높은 금리 부담을 떠안게 됐고, 차입 비용이 늘면서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공급 측면에서는 팬데믹 전 진행된 오피스·리테일 개발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공실률이 높아졌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 온라인 소비 확대 등 근본적 수요 변화가 진행돼 임대료가 회복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이에 홍콩 은행권도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은행 시스템 전체 대출의 약 8% 수준까지 올라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특히 개발사인 라이선개발의 경우, 올해 초 36억 홍콩달러(약 6778억원) 규모 재융자 협상 과정에서 대출 기관 절반만이 신용 연장을 검토했고, HKMA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은행이 여러 곳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처럼 차입·재융자 압박이 현실이 되면서 규제 당국의 개입 강도도 눈에 띄게 커졌다.
그럼에도 HKMA는 “은행 시스템 전체의 자본비율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급락이라는 단일 요인보다는 여러 요인이 중첩된 구조적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동시다발적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시장 붕괴 임박을 나타내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여러 업체가 동시에 철수하려는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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