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반주유소 수 9000개 붕괴 임박…“알뜰주유소 지원 재검토해야”

한영대 2025. 11. 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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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세미나
알뜰주유소로 폐업주유소 늘어
6년간 주유소 9.8%↓, 알뜰주유소 10%↑
“알뜰주유소로 이중가격 형성…에너지 전환 저해”
주유소 밀도 감소시 소비자 주유거리비 증가 지적도
“알뜰주유소 인센티브로 한계주유소 지원해야”
서울 시내 한 알뜰주유소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알뜰주유소 제도로 인해 국내 정유사들의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유제품의 시장 가격이 왜곡되면서 정유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재원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가 생긴 이래 정유사는 물론 일반주유소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커진 만큼 알뜰주유소 지원제도의 축소 및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18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 알뜰주유소 정책의 한계와 과제’ 세미나에서 “정유제품 시장 가격을 평균 총비용보다 낮게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사실상 정유 산업의 미래 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도로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동구매,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의 정유제품을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정유제품 가격이 왜곡, 정유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마진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유사들이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유제품의) 손익분기점을 훨씬 상회하는 마진이 필요하다”며 “알뜰주유소로 정유제품 간 이중가격이 형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투자 재원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일반주유소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각종 제도적 지원으로 알뜰주유소에 유리한 시장 구조가 형성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일반주유소들은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일반주유소 업체 수는 9270개로 2019년(1만278개) 대비 9.8% 줄었다. 조만간 9000개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같은 기간 알뜰주유소 업체 수(1182개 → 1305개)는 10.4% 늘었다.

김 교수는 “아직 휘발유·경유 소비 감소가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도심 내 주유소 폐업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일반주유소 마진은 감소, 사업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심에서 주유소 밀도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주유 거리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며 “전체 주유소 시장의 퇴보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정부가 시설개선 보조금 및 인센티브 지원 등 알뜰주유소에 편중된 우대 지원책을 지속함으로써 일반주유소 사업주와 알뜰주유소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통계학부 교수가 18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 알뜰주유소 정책의 한계와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서고 있다. 한영대 기자

알뜰주유소로 소비자들이 얻는 이익이 예상보다 적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가 없더라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가격의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추가된 소비자이득은 연평균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석유통계 사이트인 페트로넷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세전 기준)은 리터당 889.2원이다. OECD 평균 휘발유 가격(1129.8원) 대비 200원 이상 저렴하다

왜곡된 시장 구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알뜰주유소 지원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지급하고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뜰주유소 지원을 통해 정유제품 시장 가격을 전반적으로 낮추려는 취지와 달리 일반주유소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에 제공됐던 인센티브는 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계주유소에 대한 지원 기금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 본부장은 “일부 알뜰 주유소들이 가격 정보를 조작하는 등 부정 사례가 다수 보고되는 만큼 당국의 모니터링 및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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