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 해도 서울서 죽어야 하는 세상”…텅 비어가는 지방 씁쓸한 현실 [기자24시]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2025. 11. 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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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취재원과 대화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대학생이 없어 폐교하는 지방 사립대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이라 여겨졌던 국립대 또한 그 충격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지방 대탈출로 가뜩이나 경제적 활력을 잃은 곳에 주머니가 얇은 중장년들이 겨우 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모습에 씁쓸함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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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취재원과 대화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유치원생 딸과 함께 경상도 지역으로 휴가를 갔는데, 딸이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급하게 근처 병원에 갔는데, 봉합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서 여행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한다.

지방 국립대 인근 상권 식당들의 40%가 폐업을 한 가운데 10일 충북대 인근 상점들에 폐업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이승환 기자]
또 어떤 분은 “지인께서 지방에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이 없어 급하게 시신을 모시고 서울로 오느라 장례 절차가 늦어졌다”며 “죽을려고 해도 서울에서 죽어야 하는 세상”이라며 씁쓸해 했다.

이렇듯 일상 생활 곳곳에는 지방 소멸이 미치는 영향이 이미 스며들어 있다. 기자가 최근 경북대학교 대구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보니, 그 근처 식당들은 손님들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젊은 학생은커녕 사람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임대 간판도 즐비했다. 한 블록에 있는 점포 대부분이 텅 비어 있는 곳도 있었다.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 수보다 많은 곳도 허다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대학생이 없어 폐교하는 지방 사립대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이라 여겨졌던 국립대 또한 그 충격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경북대, 충남대, 전남대, 부산대 등 지방 국립대 8곳의 반경 1㎞ 안에 위치한 음식점 수는 2019년 1만3217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8165곳으로 6년 새 40%나 줄어들었다.

경북대 근처 한 식당은 떠나버린 학생들 대신에 중장년층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 여긴 밥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년들의 지방 대탈출로 가뜩이나 경제적 활력을 잃은 곳에 주머니가 얇은 중장년들이 겨우 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모습에 씁쓸함만 느껴졌다.

봄처럼 희망이 넘쳐야 할 청춘의 거리가 쓸쓸한 늦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들이 줄어드는 건 단순히 상권만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 등 필수 기반시설까지 붕괴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 외부 인구를 유입시킬 축제나 행사뿐 아니라 상권 전략 수립, 맞춤형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 필수 기반 시설에 대한 정부 투자 등 대책이 절실하다.

[이호준 벤처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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