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피 안묻히고 숙주개미 여왕 '존속 살해' 유도하는 기생개미

이병구 기자 2025. 11. 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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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로 숙주개미 군락의 일개미들을 혼란에 빠뜨려 자신들을 낳은 '어머니'인 여왕개미를 죽이도록 유도하고 그 자리를 꿰차는 기생개미의 생태가 밝혀졌다.

케이조 다카스카 일본 규슈대 교수팀은 기생개미인 테라니시털개미(학명 Lasius orientalis)와 황색털개미(학명 Lasius umbratus)가 숙주개미 군락을 장악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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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로 숙주개미 군락의 일개미들을 혼란에 빠뜨려 자신들을 낳은 '어머니'인 여왕개미를 죽이도록 유도하고 그 자리를 꿰차는 기생개미의 생태가 밝혀졌다.

케이조 다카스카 일본 규슈대 교수팀은 기생개미인 테라니시털개미(학명 Lasius orientalis)와 황색털개미(학명 Lasius umbratus)가 숙주개미 군락을 장악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기생개미는 다른 숙주개미의 군락을 강탈해 집단의 생존을 이어간다. 기존에는 숙주 군락의 여왕개미와 물리적으로 싸워 이겨야만 통제권을 빼앗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테라니시털개미가 같은 속의 숙주개미인 황개미(학명 Lasius flavus) 군락을, 황색털개미가 마찬가지로 같은 속의 숙주개미인 일본풀개미(학명 Lasius japonicus) 군락을 장악하는 두 가지 사례를 자세히 관찰했다.

기생개미의 여왕개미는 숙주 군락에 침투해 여왕개미를 찾아가 직접 싸우는 대신 분비물을 뿌려 숙주 여왕개미의 몸에 묻혔다.

기생개미인 테라니시털개미(학명 Lasius orientalis) 여왕개미(왼쪽)가 숙주개미인 황개미(Lasius flavus) 여왕개미(오른쪽)에 접근하고 있다. 기생개미 여왕개미는 숙주개미의 여왕개미 몸에 포름산으로 추정되는 분비물을 반복적으로 분사해 주변 일개미들의 공격을 유도한다. 숙주개미의 여왕개미가 죽임당한 후에는 자신의 알을 낳아 숙주개미 군락이 돌보도록 한다. Takasuka et al(2025)./Current Biology 제공

실험 결과 테라니시털개미 여왕개미는 황개미 여왕개미의 몸에 20시간 동안 15번 반복적으로 분비물을 분사했다. 황개미 일개미들은 점차 흥분하며 자신들의 여왕개미를 공격하기 시작해 4일 만에 몸을 절단해 죽였다. 황색털개미 여왕개미도 비슷하지만 단 2번의 분비물 분사만으로 일본풀개미 여왕개미가 죽임당하도록 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두 경우 모두 여왕개미가 죽은 후 숙주 일개미들은 기생개미 여왕개미를 받아들여 기생개미 알과 새끼를 돌보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분비물의 정체가 '포름산(formic acid)'이라고 분석했다. 포름산은 여러 개미 종에서 사회적 신호나 방어 수단으로 쓰이는 화합물이다.

다카스카 교수는 "숙주개미와 기생개미가 같은 속에 속하기 떄문에 양쪽 모두 포름산을 가지고 있고 인식한다"며 "여왕개미가 포름산에 뒤덮이면 주변 일개미들은 자신들의 여왕개미를 위협으로 인지해 공격한다"고 추정했다. 분비물을 뿌린 기생개미 여왕개미는 즉시 근처로 후퇴하며 분사를 반복한다.

기생개미 여왕개미가 숙주 군락의 여왕개미까지 접근하려면 '위장'이 필요하다. 아무 준비 없이 침투하려고 하면 일개미들이 침입자를 감지해 공격하기 때문이다. 관찰 결과 기생개미 여왕개미는 하루동안 숙주개미의 일개미와 접촉하며 화학적으로 위장했다.

기생개미 여왕개미가 숙주개미 여왕개미를 직접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다는 점은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사례처럼 간접적으로 '존속 살해'를 유도하는 방식은 처음 발견됐다.

두 기생개미의 기생 전략은 개미들이 냄새에 의존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한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팀은 테라니시털개미, 황색털개미의 유사한 기생 전략이 독립적으로 발전한 수렴 진화 사례라고 제안한다.

연구팀은 "이런 독특한 형태의 '모친 살해'가 자연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말벌 등 개미 외의 곤충에서도 발견되는지 탐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ub.2025.09.037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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