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의 가출, 이웃집 고양이가 찾아주다!
고양이의 가출은 상상만 해도 심장이 뚝 떨어지는 듯한, 공포심 가득한 단어입니다. 미국에 사는 고양이 집사도 고양이의 짧았던 가출로 인해 심장 쫄깃해지는 일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길에서 살던 고양이 '날라'를 입양한 후 인생이 심심할 틈 없는 고양이 집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PART 1
나의 꿈의 고양이 아가 날라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과 반려동물(날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살며, 날라를 보살피는 여집사 날라맘입니다! 저희 식구는 지금 미국에서 함께 1년을 살고, 곧 한국으로 갈 예정이라 바쁘게 준비 중이랍니다. 한국에서 날라와 지낼 생활도 너무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날라는 너무 귀여운 '치즈 공주'이고, 2살 반 때 입양했어요. 길에서 살다 구조돼 다른 가족에게 임시 보호를 받다 저희 식구가 되었고요, 함께 산 지 1년이 되어 이제 3살 반이 되었답니다!

Q. 집사의 내새꾸 자랑을 빼놓을 수 없죠. 집사의 주접을 마음껏 보여주세요~
▶치즈냥이의 80%는 남아인데, 저희 날라는 20%에 해당하는 공주님이에요! (☺️상위 20%라고 할 수 있죠.)
▶ 날라가 처음 왔을 땐 정말 작고 말랐었지만, 이제는 잘 먹고 사랑도 듬뿍 받아 털도 부숭부숭 자랐답니다. 통통하고 귀여워진 너무 사랑스러운 공주입니다!
▶ 날라는 뭐든지 다 앙증맞아요. 솜방망이도 앙증맞고, 코도 입고 앙증맞아요! 앙증맞은 외모에 비해 성격은 얼마나 점잖은지요. 집사를 향한 애교도 정말 많아요.
▶ 건강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잘 놀아서 집사들 걱정을 절대 안 시키는 효녀예요! 나의 꿈의 고양이 아가 날라..


Q. 날라의 애교가 어마무시합니다.. 날라의 모닝 애교에 푹 빠져 버렸어요. 날라가 얼마나 애교가 많은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날라는 엄마 한정 애교가 정말 많아요. 남집사한테는 그런 애교를 절대 안 보여주거든요..
아침마다 엄마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고, 엄마가 자는 사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랑 인형들을 다 물어다 놔요(). 엄마가 눈 뜨면 골골송은 물론이고 품속에 쏙 안겨 꾹꾹이도 해주고 엄마 세수까지 싹싹 시켜준답니다. 근데 날라가 워낙 소심하고 조용하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영상 촬영해서 보여주기 전까진 아무도 날라가 애교가 이렇게 많다는 걸 안 믿어줬어요!
PART 2
가출한 우리집 고양이,
이웃집 고양이가 찾아주다!

Q. 날라와는 어떻게 묘연을 맺으셨나요?
날라는 제가 첫눈에 반한 고양이입니다.(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살게 되며) 제가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오프라인) 입양 행사에 2~3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방문했어요. 갈 때마다 제가 입양하고 싶은 친구가 직전에 입양이 됐거나, 제가 일정이 안 맞아 못 데리고 오는 경우가 반복됐죠. 그렇게 입양 고민만 매일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묘연'이라는 게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때 묘연이 딱 닿는 친구를 못 만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입양 행사 전 홈페이지에 해당 날짜에 참가하는 고양이 리스트가 뜹니다. 날라는 그 리스트 어디에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날라는 염두도 못하고 갔는데 날라가 구석에 혼자 조용히 한껏 웅크리고 있었어요! 웅크리고도 제가 만져주니 골골송을 부르며, 꾹꾹이를 하는데 제가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데리고 왔답니다!

Q. 이웃집에 사는 고양이 '게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얼마 전 날라를 잃어버렸다가 게리 덕분에 찾은 적이 있다고요!
게리 소개, 한 줄 요약 : 자신이 원하는 집사를 직접 찾아 정착한 자기주도적 고양이
게리는 저희 앞집에 사는 고양이에요. 원래 저희 동네 다른 집에 살던 외출냥(아래 꼬순 상식 참고)이었고, 그 집이 코로나19 팬데믹 전 강아지를 입양했다고 해요. 근데 게리는 사람만 좋아하고 모든 동물을 극혐하는 고양이거든요. 그때부터 동네 외출을 다니면서 이집 저집 기웃거렸나 봐요..
편집자주
꼬순 상식 :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산책을 시키거나 스스로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외출냥이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인구 밀도와 주거 환경 등 한국(특히 대도시)과는 아주 다른 환경에서 비롯됐어요. 외출 시 질병이 옮거나, 야생동물 습격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국 수의사들은 가급적 고양이의 실내 생활을 조언하지만, 실내 양육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저희 바로 앞집에는 아이들이 3명이 있고, 다들 너무 착하고 동물을 좋아하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자 게리가 이때다 싶어 매일 그 집에 놀러 왔어요. 아이들과 놀다가 저녁에는 집에 안 간다고 버텨 외박(?) 하는 시간이 늘어났나 봐요.
다행히(?) 현재 보호자와 게리의 전(前) 보호자가 친구 사이였어요. 그래서 현재 보호자가 집으로 찾아가 게리가 우리 집에 계속 있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셨죠. 전(前) 보호자는 게리를 키워도 좋다고 허락 아닌 허락(?)을 했고, 그렇게 게리는 지금의 집에서 쭉 살게 됐답니다. 아주 특이하게 새 집사를 찾고, 자기주도적 인생을 사는 멋진 고양이가 바로 게리예요. 미국은 주택 마을이 많고, 자유롭게 외출하는 외출냥이가 정말 많은데요. 미국에 살면서 게리처럼 골 때리는 캐릭터를 사실 처음 봤어요.

가출한 날라를 찾아준 게리
제가 혼자 한국에 들어와 미국 집엔 남편과 날라만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남집사가 (생전 안 하던) 이불을 털러 뒷마당에 나갔어요. 닫힌 줄 알았던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으로 날라가 뒷마당 외출을 감행해버렸죠! 이 사실을 몰랐던 남집사는 샤워를 하다가 창문 밖에 날라가 보여 화들짝 놀랐다고 합니다. 바로 날라를 잡으러 나왔는데... 저희 뒷마당 레몬트리 밑 날라가 아주 우아하게 바람을 쐬고 누워있었대요....
남집사는 강아지만 키우다 절 만나고 고양이를 처음 키워봐서 고양이를 아직 잘 모르거든요. (날라의 가출 상황을 바로 공유 받아서) 제가 그때 날라 놀라지 않게 아주 조용하게 걸어가, 날라를 집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죠. 하지만 액션이 큰 편인 남집사가 움직이니 날라가 놀라서 저희 집 담을 넘어 도로가로 나가버린 거예요.... 그때부터 한국에 있던 저는 패닉에 빠졌고요... 남집사도 패닉 상태로 온 동네 사람들에게 고양이 유실 전단지를 돌리고 찾았어요. 그때 게리네 집식구들이 같이 나와서 날라를 찾아봐 주셨어요.

신기한 게 무엇을 아는지 게리가 그날 저희 집 앞에 늠름한 자태로 앉아 문을 지켜줬어요.마치 게리가 날라에게 "어서 집으로 돌아와라!"라며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요!! 그러다 게리가 갑자기 화단 아래로 내려가 수풀 쪽으로 한참 눈빛을 쏘고 있었다고 해요.
제 생각엔 그 수풀 안에 날라가 있었고, 게리가 날라를 혼냈던 걸로 예상해요. 게리가 자기 영역 주장이 엄청 강한 고양이거든요. 집 나온 고양이를 보고 "어린놈이 어디 나와있냐!!"라며 한바탕 혼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답니다. 그도 그런 게 수풀을 한참 째려보고 10분 정도 뒤에 날라가 집으로 들어왔거든요.
남편도 저도 날라가 집으로 들어온 걸 몰랐는데, 정수기 덕분에 날라의 귀환을 알았습니다. 날라는 열어둔 뒷마당 문을 통해 들어와 밥도 먹고, 물도 한 사발 시원하게 원 샷 했어요. 저희 집 정수기가 스마트 정수기라 고양이가 물을 먹으면 음수량 알림이 뜨거든요. 패닉에 빠져있던 중 핸드폰으로 날라가 물을 마셨다는 음수량 알림이 울린 거죠. 그렇게 남편과 저는 날라가 들어온 걸 무사히 확인하고 떨어질 뻔한 심장을 붙잡았던 일화가 있어요...! 게리 오빠 만세!


Q. 날라는 성묘가 됐을 때, 입양하셨다고 하셨어요. 성묘 입양을 진심으로 추천하신다고요!
저는 서울 본가에 살 때 고양이 세 마리를 키웠어요. 모두 아깽이 시절 데리고 와서 성묘 입양은 날라가 처음이었죠. 날라는 굉장히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것 같아 사실은 저도 처음에 걱정이 많았거든요. 남집사는 고양이를 잘 모르니 더 걱정이 많아서, 앞으로도 맨날 날라가 숨어 지내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제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날라를 많이 안심시켜주고 교감하니 날라가 마음을 여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날라가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가끔 예전 영상이나 사진을 보거든요. 그때 날라보다 지금의 날라가 훨씬 편해 보이고 안정적으로 보여요. 이런 변화들이 너무 뿌듯하고 마음이 뭉클해요! 성묘 입양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를 보고 용기를 가지시길..! 성묘 입양은 사랑입니다
PART3
우아한 고양이와
천방지축 집사
Q. 반려동물과 보호자는 시간이 갈수록 닮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혹시 날라와 지내면서 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날라는 스트릿 출신이라는 게 안 믿기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천상 공주거든요. 반면 집사는 천방지축이거든요..? 그런데 날라가 너무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루밍을 한다거나, 햇빛을 즐긴다거나, 천천히 밥을 먹는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많이 닮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면 천방지축 집사가 언젠가 우아한 공주님 같은 우리 날라와 닮아져있길 바라며!
Q. 먼 훗날 반려 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떤 문구로 하고 싶으신가요?
뾰족하게 변해버린 나의 닳은 마음을 다시 동그랗게 다듬어준 따뜻한 나의 고양이, 나의 보숭보숭 털뭉치 날라를 생각하며.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 소중한 털뭉치 가족, 날라에게 편지를 써주세요!
날라야, 엄마 아빠 만나서 미국에서 한국도 가야 하고 준비할 것도 많고 우리 날라가 진짜 고생이 많아! 그렇지만 뭐 어쩌겠어! 엄마 아빠 가는 곳엔 날라도 꼭 함께여야지! 우린 앞으로 셋이 껌딱지야! 그리고 우리 날라 한국 가면 맛있는 간식 엄청 많아. 츄르도 짱 많아.
우리 세 가족 한국에 가서도 미국에서 지냈던 오손도손 귀여운 추억으로 예쁘고 사이좋게 지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밥 잘 먹고 간식 잘 먹고 양치 잘 하고 아픈 데 없이 늘 이렇게 무탈하게 말이야. 평안한 하루하루가 날라와 엄마 그리고 아빠 그리고 미래의 날라 동생(?)이자 막내 집사에게도 찾아오길
엄마 아빠 옆에서 천년만년 불사조처럼 건강하게 지내주라! 알라뷰 마이 날라 !
위 내용은 반려생활 이야기, 트렌드, 동반 장소, 의학 정보 등을 담은 동그람이의 뉴스레터 <☕꼬순다방>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소개한 콘텐츠입니다. 모든 내용이 궁금하다면 뉴스레터 구독 후 확인해 보세요!
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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