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오, 아방가르드의 서정적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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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파리 패션의 심장부, 마레 지구. 생폴 역 인근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SONGZIO'라는 간결하게 디자인된 간판을 만날 수 있다. 파리의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들이 즐비한 그 거리에, 한국 디자이너의 이름이 당당히 새겨진 플래그십 스토어. 이곳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30년 넘게 한국 패션의 경계를 넓혀온 한 디자이너의 집념이 결실을 맺은 공간이다.
2006년,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한 디자이너 송지오. 그의 디자인 철학은 명확했다. 바로 동양적인 아방가르드. 그는 남성복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그 틀을 가장 과감하게 허문다. 클래식 테일러링의 구조를 완벽히 이해한 자만이 그것을 해체할 수 있다는 듯, 그의 재킷들은 어깨선이 흐르고 라펠 또한 예상치 못한 각도로 접힌다. 하지만 이 모든 '일탈'은 철저히 계산된 듯 아름답게 직조된다.


2018년, 송지오의 아들 송재우(Jay Song)가 CEO로 취임 및 리브랜딩을 맡았고, 2023년부터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역임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후 금융권에서 일하던 24세 청년의 귀환. 이것은 단순한 승계가 아니었다.
"브랜드 정체성 등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다. 단지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것. 그 덕에 세계관이 넓어지고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라며 아버지의 미학을 계승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을 주도하는 2세 경영. 이것이 송지오가 다음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송지오 브랜드들의 총 매출은 지난해 900억 원을 넘어섰고, 내년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숫자 뒤에는 치밀한 전략이 있다. 송지오, 송지오 옴므, 지제로, 지오송지오.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멀티 브랜드 전략. 그리고 2030년까지 브랜드 총매출 2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지오의 진정한 업적은 단순히 파리 컬렉션에 이름을 올린 것 그리고 높은 매출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가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트렌드를 쫓지 않고도, 서구 패션의 문법을 모방하지 않고도, 우리의 감각과 질문으로 세계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송지오는 이를 무료 파리에서 자신만의 패션 문법을 통해 증명한 디자이너가 아닐까.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클래식하면서도 동시대적인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미학". 송지오는 이 말을 단순한 수사가 아닌 현실로 만들어낸 선구자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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