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 많은데 줄줄이 감세 논의만…조세정책 일관성 어딨나

이성원 2025. 11. 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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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내년 총지출은 728조 원으로 올해보다 8% 넘게 늘어나지만, 정작 세수 확보 정책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①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철회됐고, ②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와 ③상속세 완화 논의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세입기반을 강화하고자 윤석열 정부 때 완화한 대주주 기준(10억 원→50억 원)을 다시 10억 원으로 되돌렸는데, 주식 투자자들의 반응이 싸늘하자 이를 거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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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이미 철회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논의
상속세 공제 확대까지…'부자감세 비판'
"조세정책 정치화… 예측가능성 무너져"
구윤철(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구 부총리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에 대해 현행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정부의 내년 총지출은 728조 원으로 올해보다 8% 넘게 늘어나지만, 정작 세수 확보 정책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①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철회됐고, ②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와 ③상속세 완화 논의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쓸 돈은 크게 늘었는데 조세 정책은 '감세' 위주여서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앞서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는 9월 추석 민생안정대책 고위 당정협의에서 이 안에 대한 철회를 공식화했다. 이재명 정부는 세입기반을 강화하고자 윤석열 정부 때 완화한 대주주 기준(10억 원→50억 원)을 다시 10억 원으로 되돌렸는데, 주식 투자자들의 반응이 싸늘하자 이를 거둬들인 것이다.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래픽 = 김대훈 기자

이로써 한해 약 2,000억 원(순액법)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특히 5년간 예상되는 세수효과(누적법)는 약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이 법안으로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줄 것으로 예측한 국회예산정책처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를 철회한 건 정부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한 조치로도 볼 수 있지만, 금융·자본세제 분야 조세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과세기반 확충 원칙을 무시한 채 법안을 철회했다는 비판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도 정부안인 35%에서 25%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배당성향 40% 이상 등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을 종합소득과 분리해 더 낮은 세율로 과세하게 된다. 정부는 당초 세제개편안에 △2,000만 원 이하 14% △3억 원 이하 20% △3억 원 초과 시 3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역시 투자자들의 반발을 여당이 의식하면서 최고세율을 25%로 낮추자는 의견이 대세가 됐다. 최고세율을 낮추면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최고세율을 25%로 인하할 경우 향후 5년간 2조3,000억 원(연간 4,6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그래픽 = 김대훈 기자

상속세 완화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도 없던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주인 사망 시 상속세로 배우자가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상속세 공제 한도를 18억 원까지 올릴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배우자 공제를 5억→10억 원으로, 일괄공제를 5억→8억 원으로 각각 상향하는 방향을 추진할 전망이다. 차 의원은 10일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배우자·일괄공제 완화는 주택 외 모든 상속재산이 공제되고 과표가 높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등 부작용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세제개편안으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을 정상화하면서 8조 원가량의 증세가 이뤄진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쓸 돈에 비해) 증세 규모도 충분하지 않고 방향성도 문제"라며 "특히 수익금액(매출) 1조 원을 초과하는 금융·보험사의 교육세를 두 배(0.5%→1.0%)로 인상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정치 요구에 따라 원위치됐다"며 "조세정책이 정치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고, 예측 가능성도 훼손됐다"고 일갈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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