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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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곳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이체들에게 점령된 상태입니다."
경고음이 울린 순간, 극장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어둠 속 흔들리는 플래시, 배우가 귓가에 건네는 속삭임까지 더해지면 현실의 경계조차 흐려진다.
지난달 23일부터 롯데시네마 신도림점에서 시작한 체험형 스릴러 공연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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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 미션 수행하며 좀비 탐험, ‘슬립노모어’ 맥베스 공연 밀착 체험
게임하듯 구성… 젊은관객 취향 저격
“적극적 참여문화 확산… 수요 늘것”

경고음이 울린 순간, 극장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관객들은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좀비를 피해 도망다닌다. 어둠 속 흔들리는 플래시, 배우가 귓가에 건네는 속삭임까지 더해지면 현실의 경계조차 흐려진다.
지난달 23일부터 롯데시네마 신도림점에서 시작한 체험형 스릴러 공연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 최근 이처럼 관객들에게 직접 체험을 선사하는 ‘이머시브(Immersive·몰입형) 관극’이 장르를 넘나들며 늘고 있다. ‘게임하듯’ 즐길 수 있어 젊은 관객들의 취향에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 관객이 스스로 결말을 만든다
‘몰입형 생존 게임’을 표방한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은 상영관 전체를 무대로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완성해야 한다. 좀비가 출몰한 영화관이란 설정 아래 관객은 미션을 수행한다. 선택에 따라 마지막 엔딩도 버전이 세 가지다. 스크린에 나오던 좀비들이 실제 좀비(배우)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연출이 돋보인다.
셰익스피어 ‘맥베스’를 누아르 스타일로 변주한 넌버벌 공연 ‘슬립노모어’도 대표적인 이머시브 관극. 서울 중구 대한극장을 리모델링한 가상의 ‘매키탄 호텔’이 무대. 관객들은 호텔 복도와 100개가 넘는 방을 왔다갔다 하며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
이런 이머시브 관극은 배우를 밀착해 따라다닐 수도, 공간를 알아서 탐험할 수도 있다. ‘슬립노모어’의 연출가 필릭스 배럿은 “이머시브 시어터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라며 “정답도, 옳고 그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공연은 올 7월 서울 상륙 뒤 장기 공연으로 이어졌다. 최승연 뮤지컬평론가는 “몇 년 사이 국내 관객들도 공연을 관찰자 입장이 아닌 ‘만들어가는 대상’으로 보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최근엔 이머시브 공연에 대한 이해도나 참여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이머시브 관극도 나왔다. 강동문화재단이 6∼9일 선보인 뮤지컬 ‘극장의 도로시’는 매표소부터 분장실, 연습실, 무대 뒤편까지 직접 누비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어린이들은 직접 조명 필터를 바꿔보고, 장비도 만져볼 수 있다. 교육적 체험과 공연적 재미를 동시에 제공했다는 평. 재단 측은 “어린 관객들이 공연 시간 지키기, 휴대전화 끄기 등 극장 예절도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했다.
● “갈수록 이머시브 관극 늘어날 것”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초청됐던 폴란드 연극 ‘디 임플로이(The Employees)’는 이런 이머시브 관극의 실험성을 더 극대화한 사례다. 관객은 우주선 내부를 구현한 무대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미로처럼 얽힌 구조와 단절된 시야로 인해 ‘의도한 실패’를 경험한다.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가 배경인 이 작품은 관객을 철저하게 ‘주변화된 존재’로 만든다. 이른바 불확실성과 소외감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머시브 관극은 다양한 서사의 확장 등이 가능해 앞으로도 더 늘어갈 추세다. 다만 취약한 대목도 분명하다. 무대에 올리려면 많은 공간과 안전 인력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회차당 관객이 적다 보니 수익성도 한계가 있다. 함께 참여한 다른 관객의 영향을 받아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그래도 수동적인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문화는 차츰 익숙해지는 분위기”라며 “이머시브 관극이 여러 약점이 있지만 갈수록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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