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스포츠, 파크골프[인기‘팍’ 골프‘파크’]

이익희 파크골프 심판(극동대 교수) 2025. 11. 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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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신하들의 강력한 상소를 물리치고 장애인에게 관직을 내린 성군이 있었다. 바로 세종대왕이다. 세종 18년, 세종대왕은 맹인 ‘지화’에게 종3품의 벼슬을 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단체라 할 수 있는 ‘명동시(明通寺)’를 설립하고, 소속된 장애인들에게 국가의 공식 행사를 담당시켰다. 이미 600년 전에 세종대왕은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여준 것이다.

스포츠는 사람의 몸을 쓰는 경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나약하거나 장애가 있다면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경기에서는 동등하게 겨룰 수가 없다. 대부분 운동의 유래를 보면 비장애인을 위주로 시작되었고 발전되고 체계화되었다. 그렇다 보니 흔히 알려진 경기들은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식으로 나뉘어서 열린다.

이익희 극동대 교수

그런 점에서 파크골프의 시작은 발상부터가 달랐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동쪽 마쿠베츠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마에하라 아츠시는 평소 산책하던 유휴지에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고안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원(Park)과 골프(Golf)를 결합한 파크골프. 장수마을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이 운동 삼아서 어울려 경기할 수 있는 새로운 골프는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1970년대에 미국의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장애, 나이, 언어 등으로 제약받지 않도록 시설, 제품, 서비스 등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모든 연령과 능력을 위한 디자인‘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파크골프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맞닿는다. 집 근처 공원에 있는 파크골프의 코스는 넓고 평평해서 누구나 접근이 쉽고, 홀컵의 크기도 크고 깃대도 쉽게 뽑고 꽃을 수 있다. 운동용품으로는 시각적 정보가 부족한 사람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의 큰 공을 사용하고, 경기 내내 다루기 쉬운 하나의 채만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편리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일전에 같이 파크골프 경기를 끝낸 후 순댓국집에 모여 식사 뒤풀이할 때 한 분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 휠체어 장애인이 넌지시 내게 말했다.

“전 오늘 생전 처음 골프란 걸 해봤어요. 휠체어를 타고 잔디 위에서 친 공이 홀에 떨어지는 게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다 같이 어울려서 운동했다는 것이 더 뿌듯하네요.”

‘어울림의 스포츠, 파크골프’. 이것이 600년 전 세종대왕이 꿈꾸고 실행하려던 ‘애민정신’이 아닐까? 세종대왕이 현세에 환생한다면, 몸이 불편한 이들과 즐거이 파크골프를 함께 즐기셨을 법하다.

이익희 파크골프 심판(극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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