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가 17년간 달아온 '영욕의 7번' 빼앗기나... 약관의 신예, CR7 퇴장 틈타 데뷔전서 에이스 등번호 꿰찼다

임기환 기자 2025. 11. 1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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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포르투갈 대표팀에 상징의 균열이 생겼다. '영원한 7번'처럼 여겨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등번호를, 이제 막 성인 대표팀에 발을 내디딘 20세의 신예 카를루스 포르브스가 달고 등장한 것이다. 그저 임시 번호라고 치부하기엔, 그날 경기장 안팎에서 흘러나온 공기와 흐름이 너무도 묘하게 달랐다.

포르브스는 아르메니아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8차전 후반 11분 교체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파리 생제르맹의 누누 멘데스가 부상으로 빠지며 생긴 명단 변화의 틈으로 대표팀에 콜업C됐지만, 그 등번호는 누구보다 무거웠다. 호날두의 상징이자 포르투갈 축구의 정체성으로 여겨졌던 '7번'을 달고 등장한 순간, 경기장 곳곳의 시선이 한 번에 꽂혔다. 참고로 포르투갈의 7번은 호날두가 유로 2008부터 현재까지 무려 17년을 달아온 번호다. 호날두조차도 새내기 때는 11번과 17번을 달다가 7번을 꿰찼다.

이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호날두의 첫 A매치 퇴장이 있다. 앞선 아일랜드전에서 다라 오셰이를 팔꿈치로 가격해 226경기 만에 첫 레드카드를 받은 그는 아르메니아전에 결장했고, 자연스럽게 7번이 공석이 됐다. 하지만 이번 7번은 전례와 결이 다르다. 그동안 나니, 안드레 실바, 트링캉 등도 일시적으로 7번을 맡았지만, 그때마다 호날두의 복귀와 함께 즉시 반납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FIFA 규정상 폭행성 레드카드에는 최대 3경기 출전정지가 가능하다. 이 경우 호날두는 내년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 결장이 유력하다. 호날두는 이미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호날두 이후'를 당장 눈앞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상징이자 신화인 등번호 7번마저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셈이다.

현지 분위기도 이를 감지하고 있다. TNT 스포츠는 포르브스에게 7번을 맡긴 결정을 두고 "임시 번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세대교체를 암시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포르브스는 포르투갈 내부에서 이미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다. 스포르팅 CP와 맨시티 유스 시스템을 거치며 성장했고, 작은 체구를 속도와 드리블로 메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신예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포르브스는 데뷔전부터 존재감을 남겼다. 후반 27분 특유의 돌파를 앞세워 페널티킥을 이끌어냈고, 그 장면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골로 이어졌다. '7번을 단 신예'라는 상징성, 그리고 첫 경기에서 만들어낸 직접적 영향력은 포르투갈 팬들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그날 포르투갈이 '호날두 없이' 오히려 폭발했다는 것이다. 곤살루 하무스가 골과 도움을 기록했고,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주앙 네베스는 나란히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9-1이라는 대승은 2023년 룩셈부르크전 9-0 이후 최다 점수 차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 역시 호날두가 결장했을 때였다. 디 애슬레틱이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그리워하지 않았다"고 분석한 이유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지금까지 '호날두 중심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전은 포르투갈의 또 다른 자화상을 보여준 경기로 기록될 것이다. 주축 선수들의 득점력, 젊은 선수들의 돌파력, 그리고 7번을 단 포르브스의 등장까지. 포르투갈은 호날두 없는 상황에서도 굴러가는 팀이 될 준비를 마쳤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포르투갈의 월드컵 본선행은 이미 확정됐다. 그러나 조별리그 초반 호날두 없이 치러야 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마르티네스 감독의 선택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단순히 스쿼드 구성 문제가 아니라, '7번의 주인'이라는 포르투갈의 상징적 정체성까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후, 포르브스는 라커룸에서 "데뷔전을 치러 행복하다. 이기고 월드컵에 진출해 기쁘다. 모두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인사 뒤에는, 포르투갈 축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작은 울림이 있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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