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속·中 견제·전쟁 능력… 美, 베네수엘라에 ‘3개의 창’ 겨눴다
美 항모 카리브해 진입
군사 압박 최고조, 왜?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미 해군 ‘제럴드 포드함’ 전단이 16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북쪽 해상인 카리브해에 진입했다. 작전명은 ‘서던 스피어(Southern Spear·남쪽의 창)’. 미 남부사령부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토 방어, 초국가 범죄 조직(TCO) 해체, 마약 테러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배치”라고 밝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 수위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의 카르텔)’를 24일 외국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솔레스는 마두로 정권의 고위직들이 이끌고 있다”고 했다. 타국 대통령을 ‘마약 조직 수괴’로 찍은 것이다. 이날까지 미군은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마약 운반선’을 모두 21차례 격침했다. 사망자는 최소 83명에 달한다. 항모 전단 투입으로 ‘서던 스피어’ 작전에 동원된 병력은 해군 함정 10여 척, 약 1만2000명 규모로 늘어났다. ‘군사작전 직전 단계’다. 단순한 ‘마약 퇴치’ 범주를 넘어선 트럼프의 대(對)베네수엘라 강경책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①국내 정치용 ‘법과 질서’ 이미지 부각
트럼프 행정부는 카리브해에서 격침된 선박 탑승자들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전통적인 마약 단속을 ‘테러와의 전쟁’ 프레임으로 끌어올렸다. “불법 마약이 미국 국민을 죽이고 있다”는 논리로 연속 격침과 항모 투입을 정당화해왔고, 이는 미국 보수층 사이에서 트럼프를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강경 지도자로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언론들은 역대 최장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와 국내 정치 갈등 속에서 트럼프가 ‘강경한 리더십’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조국을 방어한다”는 반복 메시지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선박 격침을 즉각 공개하는 방식의 홍보 전략 역시 이러한 이미지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②중남미 내 중국 견제 및 미 패권 강화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시절부터 마두로까지 30년 가까이 좌파 정권을 유지하며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밀착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중남미 반미(反美) 세력의 최전선 역할을 해왔다. 마두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면 강화했고,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에너지 부문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를 중남미 ‘일대일로(중국의 개도국 인프라 투자 전략)’의 교두보로 활용해 왔다. 이런 구조 때문에 미국은 베네수엘라 문제를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중국 영향력 축출의 핵심 고리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 가입을 추진해온 점 역시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중남미 정세 전문가인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라는 고리를 흔들어 중국의 중남미 네트워크 전체에 균열을 내려는 고강도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가 브릭스에 편입될 경우 ‘뒷마당’인 중남미 대륙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압박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③‘다시 전쟁할 수 있는 미국’ 이미지 복원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중남미 범죄 조직들과 함께 마약 밀매에 관여한 세력으로 규정해 왔다. 이러한 구도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외국 정부’가 아닌 ‘테러 조직을 지휘하는 집단’으로 규정하며, 국제법·의회 승인 논쟁을 우회할 명분을 마련해준다는 분석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돼 왔다.
군사 전문가들은 항모 전단 투입이 “베네수엘라 영토 깊숙한 곳까지 전투기 타격이 가능하다는 신호”라며, 중동·우크라이나처럼 대규모 개입이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전쟁 능력’을 과시하기에 상대적으로 저비용·고효율의 무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본토와 가까우면서도 국제적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고, 미군이 오랜 기간 대비해 온 익숙한 작전 환경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16일 취재진과 만나 베네수엘라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마두로 대통령과 약간의 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에서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 카드를 동시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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