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도 작가도 젊어진 한국 문학… ‘요즘 소설’이 팔린다

황지윤 기자 2025. 11. 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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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와 함께 주제도 다양해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한 해 서점가 판매를 견인한 건 한국 문학, 특히 한국 소설이었다. 17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독자들이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장련성 기자

“다른 책은 안 나가도 문학은 잘 나가요.”

요즘 출판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텍스트힙(text-hip)’ 흐름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 시장이 ‘한국 문학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양적 성장과 함께 국내 문학 신(scene)의 질적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10~20대 독자들의 유입으로 젊은 작가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문학적 화두도 변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 문학이 다음 장을 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잘 나가는 한국 소설

17일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출판 시장의 소설 판매량은 올해 들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9월 기준 누적 520만부가 팔렸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누적 637만부가 팔려 22.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타였다.

문학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은 한국 소설이었다. 주요 서점가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한강 ‘소년이 온다’, 성해나 ‘혼모노’, 정대건 ‘급류’, 양귀자 ‘모순’ 등 한국 소설이 대거 포진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설 판매량은 노벨상 특수로 전년보다 103.7% 증가했다. 반면 해외 소설 판매량은 8.8% 증가하는 데 그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1~9월 한국 소설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6.9% 증가한 반면, 해외 소설 판매는 0.8% 증가해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이재현 문학동네 편집자는 “올해가 한국 문학의 해라는 것을 체감한다”며 “기존 한국 문학을 주로 펴내던 출판사는 인원을 확충하고, 해외 문학에 주력하던 출판사는 각종 기획으로 한국 문학 출판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1020 독자 층의 새로운 부상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독자도 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문학 주요 독자층으로 3040 여성을 꼽았는데, 여기에 1020 독자가 합류하고 있다. 예스24 통계에 따르면, 올해1~10월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2위는 성해나 소설집 ‘혼모노’다. 성해나는 2019년 등단한 1994년생 소설가로 최근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한국 시 베스트셀러 10위에 차정은(6위), 고선경(7·8위), 유선혜(9위) 등의 시집이 올라 왔다. 차정은(19)의 ‘토마토 컵라면’은 그가 고교 2학년 때 써서 자가 출판한 시집으로 5만부 이상 팔렸다. 고선경(28)은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로 ‘문단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유선혜(27) 시인의 첫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는 13쇄를 넘겼다. 젊은 독자들이 젊은 작가와 시인들을 읽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 사이에서 ‘셀럽화’되는 작가들도 많아졌다. 김유리 예스24 소설·시·희곡 PD는 “젊은 작가들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자와 직접 소통에 나선다”며 “또래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젊은 독자층을 끌어들인다”고 했다.

17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독자들이 국내 소설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피고 있다. /장련성 기자

◇문학판 90년대생이 온다

90년대생 작가들이 국내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는 것도 올해 들어 새로운 흐름이다. 올해 이상문학상·이효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인 예소연·이희주·성해나 모두 90년대생이다.

‘세대교체’와 ‘주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반응이다. 소유정 문학평론가는 “‘요즘 애들’이라고 말할 때처럼, 세대 감각으로 통용되는 ‘요즘 소설’이 있다”고 했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최근 수상작들은 돌봄과 감정 노동, 젠더와 섹슈얼리티, 사회적 고립, 기후 위기, 디지털 환경 같은 새로운 의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온다”고 했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1990년대생 작가들이 문학의 한 축을 이루는 세대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라기보다는 문학적 감수성과 주제의식, 즉 중심이 이동하는 신호”라고 했다. 문학 잡지 악스트(Axt)를 만드는 백다흠 편집장은 “개인과 세계의 불화를 다루던 전통적인 소설이 막을 내리고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물, 개인과 비인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한국 문학의 지평이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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