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만에 고향으로, 속초 신흥사 ‘시왕도’
[KBS 춘천] [앵커]
신흥사의 시왕도 일부가 타국을 떠돌고 있다는 소식을 올해 강원유산지도를 통해 전해드렸는데요.
해외로 반출됐던 시왕도 가운데 한 점이 7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속초의 민간단체가 수 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이뤄낸 일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깃털 장식 투구를 쓴 대왕이 붓을 들고 재판을 주관합니다.
저승에서 만나는 마지막 왕, 오도전륜대왕입니다.
죄지은 망자들에게 살벌한 벌을 내립니다.
뱀과 말, 거북.
다음 생에, 어떤 모습으로 윤회할지 그 긴 여정이 한 폭의 그림에 담겨있습니다.
이국만리를 떠돌다 7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시왕도.
속초 신흥사 주지가 예불로 시왕도의 귀한을 반깁니다.
신도들은 곱게 합장한 채 10번째 왕을 맞이합니다.
[지혜스님/신흥사 주지 : "오랫동안 헤어졌던 부모님을 만나는 그런 마음으로 오늘 왔습니다. 문화유산 환지본처에 대한 관심과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이번 신흥사 성보문화재 무사환수가 귀감이 돼..."]
열명의 왕이 죽은자를 심판하는 모습을 담은 시왕도.
이름대로 10점이 모여야 완전체가 됩니다.
1798년 제작돼 18세기 불교사의 특징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속초 신흥사에 모셔져 왔습니다.
하지만 미군정 시기인 1954년 즈음,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무단 반출된 걸로 추정됩니다.
그러다 2020년, 미국 LA라끄마술관에 있던 6점이 어렵사리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번이 일곱번째 '환지본처'입니다.
그 뒤엔 지역 민간 단체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직접 채록한 증언과 자료를 품고 미국까지 가 그림을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박물관을 끈질기게 설득해 온 겁니다.
[허 민/국가유산청장 : “국외 유물들에 대한 반환이 광장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민간단체라든가 사찰,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모든 국가 여려분 협력해 주셔서 저희들이 환수할 수 있었던 그런 모델을."]
신흥사는 내년 봄 완성되는 성보박물관에 보물 '영산회상도'와 함께 시왕도 7점을 보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여전히 3점은 간 곳이 묘연합니다.
시왕도 환수에 협조했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그림을 되찾는데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맥스 홀라인/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 : “신흥사와 제자리찾기위원회 여러 번 방문해 큐레이터와 자료 출처 공동 조사했으며 반환해야 한다는 상호 협력에 이르렀습니다."]
아픈 역사의 뒤편에서 사라졌던 소중한 강원의 유산들.
각고의 노력 끝에 하나씩 제자리를 찾으며 그 가치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남은 3점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취중호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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