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패권국 재탈환 야심…‘중국 아킬레스건’ 대만도 건드려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2025. 11. 17. 20: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 이어 군사대국 떠오른 中
일본내 위기감 커지자 초강수
中, 여행·유학 자제령에 이어
“군국주의 부활” 여론전도 개시
日 국방력 키우려는 다카이치
강력해진 미일 동맹에 자신감
中갈등 부각해 국민결집 노려
높은 내각 지지율도 동력 보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중·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일본이 대만 유사시에 무력을 사용한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에 중국 측의 반발 수위가 높다.

다카이치 총리 발언 배경에는 2010년 경제력에서 일본을 제친 뒤 이후 군사대국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도 진행 중이라 아시아 패권국가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지지 않겠다는 선택지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급부상한 중국에 불안한 다카이치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중국 측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인식하는 대만 문제는 외교에서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첫 번째 레드라인(금지선)’이다. 특히 대만 문제는 내정 사안으로 보기 때문에 외세 간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강하다.

여기에 역사적인 문제도 있다. 대만은 청일전쟁 이후 중국이 일본에 할양했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복했다는 인식을 중국은 갖고 있다. 현재와 같은 양안 관계를 만든 주범인 일본이 대만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또 대만 통일은 중국공산당 통치의 핵심 명분이기도 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동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자주 강조해왔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선 대만과의 통일이 불가피하다. 군사적으로도 대만이 미국의 전진 배치 기지가 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쉐젠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 [로이터 = 연합뉴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 직후인 9일 쉐젠 주오카사 중국 총영사가 X(옛 트위터)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령을 내놓은 중국 정부는 17일부터는 관영매체를 통한 여론전도 시작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겨냥해 “일본 우익세력의 지극히 잘못되고 위험한 역사관·질서관·전략관을 충분히 드러낸다”면서 “군국주의를 위한 초혼과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언론인 차이나데일리는 일본의 아픈 손가락인 오키나와를 건드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이 오키나와에 대한 종주권을 일본에 강제적으로 뺏겼고, 일본은 독립 왕국인 류큐를 강제로 병합해 오키나와로 개명시켰다고 보도한 것이다.

센카쿠열도 등 동중국해 문제로 대립해온 일본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기색을 보이면 중국은 오키나와의 위상을 문제 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번 차이나데일리 보도도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겨냥한 맞불 작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 공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최대한 정면 대결은 피하는 분위기다. 빌미를 제공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일본 내 여야뿐만 아니라 관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날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중국에 급히 파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가나이 국장이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을 만나 다카이치 총리 발언과 뒤이은 쉐젠 총영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둘러싼 양국 간 대립의 진정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중국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문제가 빠르게 수습될지는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일 관계 경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문제를 꺼내든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우선 안보정책 전반에 변화를 주기 위해 적절한 위기를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 구성과 동시에 안보 3문서 개정 작업을 지시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으로 구성된 안보 3문서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 때인 2022년 12월 개정된 바 있다. 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국회에서 밝힌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의 ‘비핵 3원칙’의 재검토도 논의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비핵 3원칙의 ‘반입하지 않는다’의 개념이 미국의 핵 억지력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지지층을 더욱 결집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분석된다. 최근 조사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69%에 달했다. 내각 출범 후 첫 조사 때인 68%보다 오른 수치다.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보면 39세 미만 젊은 층과 60세 이상 노년층의 지지율이 유달리 높다. 이들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문제에 대해 강경 입장이다. 특히 젊은 층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참정당에 몰표를 던진 주역이기도 하다. 이들의 지지를 고려하면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발언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고 돈독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강하게 견제에 나선다고 해도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한국, 호주, 필리핀 등과의 협력 관계가 공고해진다면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