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적어도 먹튀 기업은 되지 않아야 한다- 이준희(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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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SK그룹 계열사 SK에코플랜트가 해양플랜트·조선 전문 기업 삼강엠앤티를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고성군민들은 꿈에 부풀었다.
SK오션플랜트가 9500억원을 투자해 고성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생산기지를 2026년까지 조성한다고 했고, 신규 일자리 3600명을 고용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경남도·고성군과 체결하면서 올해 6월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 지정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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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바다에 미래를 심겠다’며 2023년 2월 해상풍력 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한 SK오션플랜트(SK oceanplant)가 어쩌다 ‘먹튀 기업’이라는 오명의 기업으로 전락했단 말인가?
2022년 9월 SK그룹 계열사 SK에코플랜트가 해양플랜트·조선 전문 기업 삼강엠앤티를 인수할 당시만 하더라도 고성군민들은 꿈에 부풀었다. SK오션플랜트가 9500억원을 투자해 고성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생산기지를 2026년까지 조성한다고 했고, 신규 일자리 3600명을 고용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경남도·고성군과 체결하면서 올해 6월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 지정까지 받았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조선해양특구로 지정됐지만 10년 동안 산단 조성이 중단됐다가 지난 2021년 공매에서 SK오션플랜트 전신인 옛 삼강엠앤티가 사업권을 인수했다. ‘오랜 가뭄 끝의 단비’라고 할까? 고성군민들은 기업체의 투자 소식에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환영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들려온 ‘회사 매각’ 소식에 도민들의 희망은 분노로 변했다. 그동안 고성군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감내했던 불만과 고통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협약서에 서명해 놓고 이를 외면한 매각은 배신이자 군민을 기만한 행위라며 매각 철회가 확정될 때까지 행정적·법적·정치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사업 단지 조성 과정에서 소음, 진동, 발파 등 생활 피해가 컸음에도 지역 발전을 위해 감내해 왔는데, 주민들에게 말 한마디 알리지 않고 매각을 진행한다는 것은 군민을 기만한 행위이자 배신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시민·상공계 기관 단체·학계가 연대한 ‘SK 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여·야 정치권과 군민 대표가 참여하는 단일 창구를 위한 여·야 정치권과 범고성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이 나왔다.
지금은 정쟁이 아니라 고성의 생존을 지키는 단합된 행동이며, 여야가 힘을 합쳐 고성의 산업기반과 일자리를 되살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경남도와 고성군도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을 막기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취소 신청 취소, 인허가권 등을 적극 활용해 사모펀드가 지분을 매입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고 한다.
그동안 송전설로·사설항로 공유수면 인허가를 지원하고 국도 확장포장, 진입도로 개설, 도시공간 수립 등 경남도와 고성군의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헛수고로 만들 수는 없다.
SK 측도 예상보다 강한 도민의 저항에 ’매각 추진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일단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 부채가 12조원에 달해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다만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고,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매각 협상은 중단하겠다고 밝혀 한 가닥 희망의 불씨는 남겼다.
도민들은 희망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K그룹이라면 적어도 도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먹튀 기업, 혜택은 다 챙기고 발을 빼는 비정한 기업’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신 국민의 기업으로 신의를 지키는 당당한 기업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준희(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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