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리지> 서울 학원 '자정까지' 연장 논란…법적 쟁점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리지입니다.
현재 밤 10시까지로 제한된 서울 고등학생 학원 교습시간을 자정까지 늘리는 조례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지만,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요.
법적 쟁점을 박은선 변호사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요즘에 논란이 굉장히 뜨거운 사안입니다.
먼저 이 조례 개정안 내용부터 짚어볼까요?
박은선 변호사
네, 현행 서울시 조례는 학원 교습시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고등학생 대상 학원에 한해서 자정까지, 즉 2시간 더 연장하자는 내용입니다.
정지웅 등 이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학습권 보장, 타 시·도와의 형평성 확보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울산시는 초중고 학생들 모두 자정까지 학원을 다닐 수 있는 등 대전, 부산, 인천 등 밤 10시 이후에도 학원교습이 가능한 지자체들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형평성을 맞추자고 하면 서울은 워낙에 학원도 많고 학원을 많이 다니니까 오히려 다른 지역의 교습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맞추는 방향도 있을 텐데 지금 반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학원 단체장과 시의원 간의 사전 조율 의혹이 제기됐다고요?
박은선 변호사
그렇습니다.
정지웅 의원 등은 발의 이유가 '현장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실제로 학생, 학부모의 요구인지 의문입니다.
지난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국학원총연합회 산하 한 협회장이 여러 차례 시의회를 방문해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고, 그 내용이 거의 수정 없이 조례안에 반영됐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협회장은 본인의 발의 제안 사실을 했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는데요,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학원 단체와 시의회 일부 의원 간의 담합'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가성 로비 여부도 따져보아야 할 테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발의 과정에 학원 측 입김만 작용하고 학부모·교사·학생 등 교육주체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시민들 의견을 들으라고 선출을 해 놨더니 학원장들 말만 들었냐 뭐 이런 논란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행법상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보습시간의 법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핵심 근거는 학원의설립운영및과외교습에관한법률, 즉 학원법 제16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교육감이 "학교 수업과 학생의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교습시간을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무한정 재량을 준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학생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학원 교습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서울시는 그동안 여러 연구자료와 실태조사, 학부모 의견 등을 바탕으로 10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왔던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원 교습시간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인 일이 과거부터 계속됐었는데요.
헌법재판소에선 어떤 결정을 내렸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학원 운영자나 일부 학부모, 학생들이 직업의 자유, 학습권, 자녀교육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요, 2009년 부산·서울 조례, 2016년 서울·경기·대구·인천 조례 등에 관한 헌법소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총 6건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을 선언했습니다.
약 15년간 헌재는 일관되게 "밤 10시 제한은 학생 보호를 위한 정당한 규제"라고 판단해온 것이죠.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합헌 판단을 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먼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며,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조례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심야 교습을 제한하는 방식은 학생들이 충분한 수면과 휴식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았고,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7시간 동안 교습이 가능하고, 인터넷 강의와 같은 대체 수단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조례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례로 인해 일부 사익이 제한되더라도,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공익이 그보다 더 크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보았습니다.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를 판단하는 네 가지 기준 모두에 있어 위배됨이 전혀 없다는 판단인 것인데, 이 논리는 이후 각종 행정소송에서도 그대로 인용되며 법원 역시 교습시간 제한과 관련해선 학원 측 청구를 모두 기각해왔습니다.
서현아 앵커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 핵심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학원 교습을 자정까지로 늘려야 한다는 조례안이 통과되면 법적 다툼이 가능한 것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그렇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서울시 재량으로 기존 조례의 10시 제한이 합헌이었다면, 서울시 재량으로 12시 제한으로 변경해도 역시 합헌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위법의 기준에서 벗어난, 재량의 일탈·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저의 법적 견해입니다.
상위법인 학원법이 요구한 핵심 기준, 즉 '학교 교육과 학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조례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자살 시도 학생 수가 2024년 677명으로 최근 3년 동안 약 3.8배나 증가했고, 초·중·고생 네 명 중 한 명이 자해나 자살을 떠올린 적이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학원 수업이 자정까지 이어진다면, 학생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없어 학습 효율 저하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학습권 문제가 아니라 아동·청소년 건강권 전반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서현아 앵커
조례로 교습시간을 정할 수 있다면 자정까지도 재량 범위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박은선 변호사
표면적으로는 재량 범위로 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만,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조례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국민청원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중학생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먼저, 관련 발언 함께 들어보시죠.
인터뷰: 장유주 2학년 / 서울 한성여자중학교 (지난 4일, 국회 기자회견)
"가고 싶은 사람만 가라지만 실제 학교와 사교육 현장에서, 안 가도 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하면 따라가야 하고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뒤처진다는 공포가 만연합니다. "
장유주 양이 지적하듯, 경쟁 구조를 개인의 힘만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모두가 함께 멈추지 않는 이상, 불안과 강박이 반복되고 스스로 더 늦게까지 학원에 머물게 되는 구조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12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는 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강제'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너는 10시까지만 학원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스스로 학원 다니는 시간을 선택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이번 조례안 개정 추진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은선 변호사
자정까지의 학원 교습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규제 완화나 학원 영업의 자유 문제를 넘어선, 우리 아이들의 건강, 휴식, 삶의 질,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일 텐데요,
"제발 애들 잠 좀 재우자." 관련 뉴스의 이 댓글은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논쟁을 꿰뚫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헌재가 15년간 유지해온 '학원 교습 밤 10시 제한 조례는 합헌'이라는 판단의 취지는 바로 청소년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과열된 경쟁과 사교육 중심 구조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연장한다면, 형평성 명목으로 오히려 위헌적 규범들이 확산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조례안의 발의가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하고, 나아가 울산 등 자정까지의 교습을 허용한 시도 교육청들의 조례들이 오히려 10시 제한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교육비가 해마다 역대 최고치 돌파해서 지금 뭐 임계점을 거의 넘어가 있는 수준이고요.
또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정신 건강 지표 그리고 자살률까지 해마다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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