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우주역사를 새로 쓴다”

좌동철 기자 2025. 11. 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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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제주인] ⑥현성윤 우주항공청 한국형발사프로그램장
우주발사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한 첫 발사 사례
작년 우주항공청 입사 후 우주수송·발사체 연구
고급 인재들이 제주에 정주할 수 있는 환경 필요
2009년 6월 카이스트(KAIST)에서 박사 후 연수연구원 당시 재진입 연구를 위한 충격파 시험을 하는 현성윤 우주항공청 한국형발사프로그램장.

오는 27일 누리호 4차 발사로 우리나라의 우주 역사는 새로 쓰게 된다.

우리나라는 독자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의 성공적 개발로 7대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정부와 민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같이 준비하는 첫 발사 사례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누리호는 무게 200톤의 3단 액체연료 발사체다. 1단은 75톤급 엔진 4기(총 추력 300톤), 2단은 75톤급 엔진 1기, 3단은 7톤급 엔진 1기로 구성됐다. 약 2톤의 위성을 고도 600㎞의 저궤도에 진입할 수 있어, 단순히 우주에 도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임무 위성을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릴 수 있다.

누리호 4차 발사의 실무 책임은 제주 출신 현성윤 우주항공청 한국형발사프로그램장(과장·과학기술 서기관)이 맡았다.
제주 출신 현성윤 박사의 꿈을 키워 준 스승인 카이스트 박철 교수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함께 한 모습. 이곳에는 아폴로 계획의 실질적 연구와 시뮬레이션 허브인 나사의 에임스(Ames) 연구센터가 들어서 있다.

▲우주강국 위해 우주항공청 입사

현성윤 박사(52)는 1973년생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4남1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그는 성산읍 시흥초등학교(35회), 성산중학교(38회), 오현고등학교(40회),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카이스트(KAIST)에서 물리학 석사와 항공우주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천체입자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카이스트에서 박철 교수의 존재를 알게 된 후 항공우주공학으로 진로를 틀게 됐다. 박철 교수는 아폴로 계획에서 우주 왕복선, 행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37년을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근무한 과학자다. 세계가 인정하는 항공우주공학계의 거목으로 꼽힌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재진입 연구, 극초음속학 연구에 물리학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가 물리학을 전공한 것을 알게 된 박철 교수님이 연구를 같이 해 보자며 제안했다"고 회고했다.

박사 졸업을 앞두고, 그는 아폴로 계획의 실질적 연구와 시뮬레이션 허브인 나사의 에임스(Ames) 연구센터에서 근무할 기회가 왔지만, 나사의 예산 삭감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입사를 하지 못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핵융합에너지(인공 태양)를 개발하는 프랑스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이터) 연구소에 인턴으로 합격했다. 당시 이터는 잔심부름을 할 학부졸업 인턴을 원했는데 박사인 그가 지원하자 난감해졌다.

프랑스에서 포스닥(Post-Doctor·박사 후 과정)을 1년간 밟고 나자, 한국에서 우주 재진입과 관련, 연구를 지원해주겠다며 러브 콜을 보내왔다. 현 박사는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포스코 책임연구원을 거쳐 비츠로넥스텍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비츠로넥스텍은 로켓 엔진, 재진입 소재 시험장치를 개발했는데 그와 뜻이 맞았다.

현 박사는 우리나라가 지금 당장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재진입 기술을 연구하지 않으면 우주 강국이 될 수 없다는 절실함으로 지난해 5월 경남 사천에 문을 연 우주항공청에 지원, 과학기술 서기관으로 합격해 6월부터 재직 중이다.
현성윤 우주항공청 한국형발사프로그램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나사의 에임스(Ames) 연구센터를 방문한 모습.

▲우주 발사는 기본, 이제는 귀환이 중요

그는 우주항공청 입사 후 우주수송부문 임무설계프로그램장을 맡았다.

우주항공청은 △우주수송부문 △인공위성부문 △우주과학탐사부문 △항공혁신부문 등 4개 부서가 있다.

현 박사가 소속한 우주수송부문은 한국형발사체와 재사용발사체 등을 담당하는 핵심부서다.

우주수송 분야는 지구에서 우주로, 우주에서 우주로, 우주에서 지구로 물자를 운송하는 역할을 한다. 우주발사체 외에 향후 달 탐사와 자원 개발, 유무인 화성 탐사 등 장거리 우주비행을 가능하게 하고, 우주선이 귀환(재진입)하는데 필요한 정책 수립과 기술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재진입 기술에 관심이 많다. 사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나사의 아폴로 계획의 핵심은 우주비행사의 무사 귀환이었다. 우주왕복선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구에서 우주로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고 위험하다"며 "적절한 속도와 대기권에 진입하는 각도는 한 치의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되며, 엄청난 충격과 열을 견디면서도 계획된 궤도로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발사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검증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생기는 충격파 뒤에는 1만도 이상의 온도와 우주선 표면온도는 2000~3000도 이상으로 상상 이상의 극한 환경이 된다.

이처럼 우주선이나 미사일은 우주에서 다시 대기권을 진입할 때 고온·고압 환경을 견뎌내는 첨단 소재 기술과 안전한 진입·착륙을 위한 정교한 항법·유도제어장치, 그리고 전체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궤적, 임무 설계 기술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전국 최초 항공우주 협약형 특성화고인 한림공고에서 지난 7월 강연을 한 현성윤 박사(왼쪽 다섯 번째). 한림공고 제공

▲미래는 우주경제 시대

현 박사는 앞으로 달과 화성 탐사 경쟁에서 저비용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우주경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우주산업은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게 됐다.

그는 "과거에는 많은 돈이 들어서 우주에 나가기 힘들었는데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한 이래 위성 수송, 달 자원 개척, 우주 관광여행 등 민간에서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화에서 누리호 4차 발사를 위한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면서 산업체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며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투자해 기업이 성장하면 또 새로운 우주 투자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며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아직은 정부에서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가 고향인 현 박사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재사용발사체를 쏘아 올린 후 1단의 안정적으로 착륙·회수가 가능한 장소로 제주도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또한, 제주에 우주발사장인 제2의 우주센터가 들어선다면 첨단 우주기업 유치는 물론 관광분야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현 박사에 따르면 누리호 1~2차 발사 때 실린 위성은 실제 위성이 아닌 '모사체'이거나 무게만 1.3톤에 맞춘 '검증용 더미 위성'이었다.

3차 발사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 위성 7기를, 이번 4차 발사에서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가 탑재됐다.

누리호 4차 발사에서 주탑재 위성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바이오캐비닛 등 '우주 과학 실험실'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바이오캐비닛은 우주 환경에서 3차원(D) 바이오프린팅과 줄기세포의 3차원 배양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장비다. 또한 로키스(ROKIS)는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는 우주용 광시야 카메라이며, 과학탑재체 'IAMMAP'는 고도 600㎞의 전리층 플라즈마와 자기장을 측정해 저고도 우주 환경 변화를 정밀 관측하는 장비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약 520㎏급 위성으로, 고도 600㎞ 태양동기궤도에서 1년 이상 임무를 수행한다.

태양동기궤도는 위성이 매일 거의 같은 시각에 같은 지역 상공을 지나도록 설계된 궤도다. 일정한 햇빛 조건에서 지구와 우주 환경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궤도는 장기적인 기후 관측이나 자기장 변화 측정, 오로라 연구에 사용된다.
현성윤 박사가 지난 8월 동아사이언스 어린이기자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제주, 민간 위성산업 성장 필요

다음달 2일 한화시스템이 옛 탐라대학교 부지인 하원테크노밸리에 1000억원을 투입한 '제주한화우주센터' 준공식이 열린다.

이곳에서는 지구관측용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 생산 공장이 들어선다. SAR위성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된 전장품을 단일 모듈로 통합한 미래형 위성이다. 제주에서 대량 생산해 국내 상용화는 물론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사의 우주기술은 가정용 정수기, 전자레인지, 무선청소기, 적외선 체온계, 스마트워치, 화재 감지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생활에 적용됐다.

현 박사는 "나사의 우주기술은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게 무궁무진한 만큼 제주에서 꽃피운 민간 위성산업이 더 나은 기술 개발과 투자로 이어지고, 고급 인재를 고용하게 된다"며 "우주산업 인재들이 제주에 머물면서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는 정주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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