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우수 이수자 이순협이 빚은 ‘누비의 시간’

최미화 기자 2025. 11.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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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 후원
지난 16일,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우수 이수자 이순협(시안침선평생교육원장) 작가의 '누비의 시간'이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막을 내렸다. 이순협의 '누비의 시간'전은 한국복식문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누비장 전승자가 '전통누비'의 계승은 물론 시대정신을 담은 글로벌 발전을 위해 지난 삶을 갈아넣은 '액주름포', '겹누비 배자', '누비 철릭', '풍차 바지', '빛과 바람 Ⅰ·Ⅱ', '장옷', '배자', '배냇저고리' 등 작품 25점으로 꾸며졌다.
이순협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우수 이수자가 17세기 심익상 묘에서 출토된 겹누비 배자 재현복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겉감(자미사)과 안감(문단)을 달리한 이 겹누비 배자는 출토복식 가운데 깃머리가 세모난 매부리형 남자 복식으로는 유일하다. 솜을 대지 않은 겹누비인데도 올록볼록한 반구슬 같은 요철이 표현되어 있다. 마법과 같은 아름다움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살려낸 누비옷의 우수함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미화 기자
한 작품 만드는데 일년 가까이 걸린 대형 누비작품 대여섯점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전시중이어서 이곳 대구 관람객들이 직접 관람하지 못했는데도 '이걸 다 한 땀 한 땀 누비로 만들었다니…"라는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순협 누비장 전승자가 만든 반회장 저고리. 여자 저고리인데. 명주에 솜을 얇게 대고, 누빈 작품이다.
지난해 급작스레 타계한 국가무형유산 김해자 선생이 우수 이수자로 제대로 지목하셨구나 싶었다.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는 대구에서 경주 김해자 누비장이 계신 곳까지 21년을 한결같이 다니며 누비의 맥을 이어왔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누비옷도 김해자 누비장의 작품이었다.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가 전시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날 권영숙 부산대 명예교수(의류학), 김태연 대구대 명예교수(전통지화연구가), 정순천 전 대구시행복진흥원장, 의사 김미주, 전통요리연구가 이정숙 씨 등이 관람했다. 최미화 기자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의 이번 전시는 스승 고(故) 김해자 누비장께 사사받은지 21년차에 여는 두번째 개인전으로 누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16세기 누비 방령 깃 부분 확대. 방령의 특징인 네모난 깃은 물론 옷을 여미는 매듭과 정교함의 극치를 이룬 섬세한 누비가 잘 느껴진다. 겉감은 문단, 안감은 명주를 썼고, 솜을 대어 누볐다. 이순협 작가 작품.
먼저 전통 누비복식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으로는 △'누비 방령' △'누비 철릭'△'개당고' △'겹누비 배자'△'배냇저고리' 등을 출품했다.
16세기 누비 방령 재현 작품. 솜누비로 겉감은 문단, 안감은 명주이다. 방령은 네모난 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누비 방령'은 16세기 신여관 분묘에서 출토된 남자 복식을 재현한 것이다. 방령은 작품에서 보듯이 네모난 깃이 특징이다. '누비 철릭'은
16세기 윤선언 묘에서 출토된 복식을 ½로 축소 재현한 남자 누비옷이다. 철릭은 저고리와 치마가 허리선에서 연결되어 있는 복식인데, 여자용이 아니라 남자 복식이다.
16세기 윤선언 묘 출토복식을 ½로 축소 재현한 작품이다. 저고리와 치마가 허리선에서 연결되어 있는 철릭은 여자옷이 아니라 남자 복식이다. 또 속바지를 일컫는 '개당고'는 16세기 구성이씨 출토복식을 재현한 여자 속바지이다. 역시 밑이 열려 있다. 이 개당고는 당이 달린 무명 솜누비이다.
16세기 구성이씨 출토복식을 재현한 작품. 여자 속바지로 밑이 열린 구성으로 당이 달려있다.
'겹누비 배자'는 17세기 심익상묘에서 출토된 누비옷을 재현한 남자복식이다. 깃머리가 세모난 매부리형 옷으로 유일하다. 겉감은 자미사, 안감은 문단을 활용한 겹누비 작품이다. 이 겹누비 배자는 천 두겹을 맞댄 누비 재현 작품인데, 바느질로만 올록볼록한 반구슬 같은 요철을 드러낸 마술같은 작품이다. 기계적 압력을 가하지도, 안에 솜을 댄 것도 아닌데 오직 바느질로 동글동글한 구슬머리 같은 느낌을 살려냈다.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재현 복식이다.
17세기 심익상 묘에서 출토된 복식인 남성용 '겹누비 배자'. 재현 복식으로 깃머리가 세모난 매부리형이 특징이다. 출토복식 가운데 유일한 세모난 깃이다. 이순협 작품
이외 전통누비로는 '배냇 저고리'를 출품했다. 이 배냇 저고리는 17세기 해평윤씨 남아 미이라 출토복식 재현 작품이다. 뒤길이는 짧고 앞길이가 길다. 깃이 온전하게 다 달린 것이 아니라 반 깃이라고 해야할지, 작은 깃이 달렸다. 명주 솜누비 작품이다.
'누비의 시간' 전시장에 디스플레이된 상태의 '배냇 저고리' 재현 작품. 이 배냇 저고리는 17세기 해평윤씨 남아 미이라가 입고 있던 복식을 재현했다.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저리고 앞은 길고, 뒤는 짧다. 깃은 온 깃이 아니라 목 뒷부분에만 달려있다. 명주 솜누비 작품이다.
누비의 오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풍차 바지', '동다리 남아 저고리', '액주름포', '두루마기', '반회장 저고리', '삼회장 저고리' , '장옷', '맞깃 배자' '배자' 등을 출품했다. 풍차 바지는 남,여 어린아이들이 대소변을 가릴때까지 입는 복식이다.
이순자 누비장 우수 이수자가 만든 풍차 바지. 요즘 아이들이 똥오줌을 가리기 전까지 입는 우주복과 같은 기능을 하는 바지로 밑이 열려 있다. 명주에 솜을 대고 누볐다.
풍차 바지가 이 복식의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윗도리까지 같이 달려 있어 요즘 아이들이 입는 우주복과 같은 기능을 한다. 밑이 트여 있어서 대소변 캐어에 유용하고, 완전 천연소재로만 옷을 만들었기에 아토피나 피부 알레르기 등에도 안전하고, 보온성과 편의성도 뛰어나다.
전통 누비 기법에 현대적 감성을 더한 누비 배자. 바다속 이미지를 추상적인 문양으로 표현했다. 실크를 소재로 솜누비, 문양누비 기법으로 지었다.
또 전통누비 기법에 현대적 감성을 더하여, 21세기 AI 시대에도 한국복식문화의 정수를 누릴만한 현대물도 다수 출품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다속 이미지를 추상적인 문양으로 표현한 '배자'이다.
실크에 솜을 넣고, 문양누비로 완성한 현대물 누비 배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 최미화 기자
이 배자는 실크에 솜을 넣고, 문양누비로 완성한 대표적인 현대물 누비이다. 실크에 솜을 얇게 대어 보온성을 높이고, 문양누비 기법으로 바다속 이미지를 담아서 격조와 아름다움을 더했다.
액주름포는 남자 복식이다. 겨드랑이 아래쪽에 주름이 잡혀 있다. 옷의 아랫부분에 병머리초 문양을 누비땀으로 표현했다.
액주름포는 겨드랑이 아래쪽에 주름이 있는 구성으로 남자복식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소재는 명주이며, 액주름포 하단 전체에 병머리초 문양을 누비땀으로 표현한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품위있는 작품이다.
액주름포 하단을 병머리초 문양으로 꾸민 현대적 누비옷 액주름포. 남자 복식으로 품위와 화려함 그리고 삿된 기운을 피하고 좋은 일을 기운하는 벽사길상의 의미를 품었다.
누비의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오브제 작품 '빛과 바람 Ⅰ', '빛과 바람 Ⅱ', '누비현판', '모란 화조도' 등도 선보였다. 은조사와 노방을 소재로 활용한 '빛과 바람 Ⅰ', '빛과 바람 Ⅱ'는 전통누비의 본질을 벗어나 오브제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빛과 바람 Ⅱ'
누비의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오브제 작품 '빛과 바람 Ⅰ'.
이 작품은 빛과 바람이 문살에 겹쳐 드나드는 이미지를 누비와 함께 표현했다. '빛과 바람 Ⅰ'과 '빛과 바람 Ⅱ' 모두 은조사·노방을 소재로 겹누비 기법으로 만들었다. 누비로 만든 현판인 '누비 현판'은 오동나무·무명·옥사를 소재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전통 투각문양인 모란화조도를 문양누비로 표현한 작품도 출품됐다. 
이순협 누비장 우수 전수자의 전시 작품 중 현대물인 '누비 현판'과 초칠한 누비 실 오브제. 김미주 씨 제공.

권영숙 부산대 명예교수(의류학)는 "우리 복식을 글로벌화 할 수 있는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지녔다"라고 이순협 전승자를 소개했다.

의사인 김미주씨는 "이 선생님께 3년간 옷만들기를 배웠다"라며 "이 귀한 누비를 전세계로 알렸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피력했고, 정순천 전 대구행복진흥원장은 "너무 자랑스럽게 우리 소중한 전통을 이어오고, 시대정신을 담으려는 대단한 작가인데, 국내외로 더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연 대구대 명예교수도 "철저하고 완벽한 성품과 예술적 감각을 알기에, 전통을 지키면서도 누비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누비는 단순한 바느질 기법을 넘어, 수많은 세월 동안 한 땀 한 땀 이어온 한국 여성들의 삶의 기록이자 생활의 미학이다. 한 땀씩 이어지는 누비 옷은 추위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실용성을 지니면서도,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시간, 그리고 미적 감각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드러내는 예술적 산물이었다. 나쁜 것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도 담겨 있어 옛 장수들이 누비옷을 입고 출정하여 살아돌아왔음이 출토 복식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반회장 여자 저고리

"누비 전승자로서 전승활동에 대한 책임이 크기에,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운영하는 전통문화교육원 사회교육과정 세종, 대구 학습관에서 누비 교육을 진행하고 시안침선평생교육원에서 정규 누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순협 누비장 우수 이수자는 "한국 누비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기에 다양한 형태로 예술과 생활 속에서 표현해 누비가 세대를 넘어 널리 사랑받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이 작가는 최근 큰 수술을 하고도, 누비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태우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누비장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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