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객님 별점에 우리 가게 대출 달렸어요”…신용평가 바뀐다는데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5. 11. 17. 18: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안신용평가모델 구축 나선 금융위
신한銀, 대출심사때 ‘땡겨요’ 정보 활용
주문·매출·고객리뷰 등 반영해 금리 인하
신용정보 불충분한 자영업자에 ‘단비’
[게티이미지뱅크]
# 커피 전문점을 창업한 20대 A씨는 최근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돈 나갈 곳이 많아 고민이다. 자영업자 신용대출 문을 두드려보지만 현 금융권의 신용평가모델 등을 통해 제시된 한도는 고작 1000만원에 이자도 연 5.44%로 높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런 A씨에게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팀이 만든 대안신용평가모델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A씨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의 배달 주문 실적이 우수하고 쿠폰 사용률도 높은 점 등이 반영돼 대출 한도가 3000만원까지 늘어나고 금리 역시 연 4.98%로 기존 대비 0.46%포인트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안신용평가 시스템 등을 통해 포용금융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한은행의 땡겨요 기반 신용평가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비정형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대출 여력이 있는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Thin Filer)’를 대거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땡겨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금융당국도 ‘정보 획득→공유→활용’ 전반에 걸친 대안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에선 먼저 대안신용평가모델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려면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쿠팡·배달의민족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갖고 있는 유통 관련 정보가 가장 활용성이 높다고 보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정보가 공유된다면 앞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상환 등 금융 기록은 적지만 고객 리뷰가 좋고, 재주문·즐겨찾기 등록이 많은 우량사업자에게 추가 대출을 내주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기업들의 협조가 관건이다. 이들은 자사 핵심 자산인 고객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데 부담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이 직접 땡겨요 운영을 맡으면서 이제서야 금융사와 유통 정보 간 연결고리가 생겼지만, 타사와의 전면적인 정보 교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금융권 전체가 접근 가능하게 하면 대안신용정보의 양과 질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법을 개정해 카드사의 결제 관련 정보를 더 구체화하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현재는 금액과 상호 정도만 파악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사업장 규모가 어떤지, 어떤 상품·서비스에 지출했는지, 교통카드의 경우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기록되는지 등을 세세히 추가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재테크·자기계발서를 많이 구매하며 건강식 지출이 큰 고객의 신용도를 더 높게 평가해줄 수 있다. 사업자의 경우 예를 들어 어느 중식집의 수입 내역을 보니 짜장면 매출이 특히 높았는데, 그 근처에 짜장면을 잘하는 경쟁업자가 없는 걸로 파악된다면 대출에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전기세·가스비 등 공과금 납부 이력을 한국신용정보원이 넘겨받아 관리하는 방안도 금융위와 과세당국 간에 협의되고 있다. 성실하게 납부했다는 게 증명되면 금융사가 추가 신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통신사로부터 공유받지 못하는 정보인 소액결제 이력도 유력한 후보다. 소액결제 관련 정보는 통신사가 아니라 결제대행사(PG)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 역시 대출 심사 때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정보 공유 구조를 정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현재는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카카오페이로부터,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스토어 등으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을 때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 금융위는 앞으로 계열사 내 정보 공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당국은 축적된 정보가 중·저신용자 금융 활동 전반에 활용되도록 여러 촉진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사들이 적극 활용 중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포트폴리오 분석·상품 추천 기능을 넘어 ‘금리인하요구권’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AI 에이전트가 참고할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이 같은 청구권 행사가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편의성이 향상되고 서비스 가입자가 더 많아지면 다시 공유 정보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이 전통적인 신용평가모델에 안주하기만 하면 소위 신파일러들은 계속 금융 소외계층으로 남게 된다”며 “보다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게 하고, 각종 규제·제도 개선을 병행해 취약계층 신용 공급을 두텁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