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재개 의향 내비쳐…“외교 포기한 것은 미국”

이란이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핵협상이 재개될 조짐은 보이지 않아, 이란-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재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에이피(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란에는 신고되지 않은 핵농축 활동이 없다. 농축 시설이 공격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처와 감시하에 있다”며 “이란의 핵농축을 포함한 핵 기술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리는 부인할 수 없다. 우린 결코 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이피 통신, 영국 가디언 등은 3일짜리 방문 비자를 받아 이란 테헤란에서 외무부 산하 정치국제연구소가 주최한 안보회의를 취재하고 아라그치 장관을 인터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그들이 파괴하려 했던 우리의 핵 기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파괴된 시설과 장비는 재건될 것이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요구가 바뀐다면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한 것은 사실상 극단주의적이고 과도한 요구를 강요하려는 시도였다. 그런 요구에 직면해서는 대화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교를 포기한 것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국가들이다”라며 “그들이 이란 국민에게 존엄과 존중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들은 같은 언어로 답변을 받을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이후 이란은 미국의 군사 공격, 경제 제재 해제, 전쟁 피해 보상 등을 핵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요구해왔으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이란을 향해 “우정과 협력의 손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라늄 농축 포기 등을 요구했다.

지난 4월부터 오만이 중재한 미국과 이란 간의 핵협상은 5차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2개월의 마감일이 지난 직후인 6월 ‘12일 충돌’이 벌어져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공습을 벌였고, 이어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유럽 3개국은 지난 9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재개했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60% 농축된 우라늄 44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지난 6월 공습을 받은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핵시설에서 특별한 활동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오만에서 진행됐던 미국과 핵협상에서 핵농축 문제에 관해 “마법 같은 해결책”에 도달한 것으로 느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미국이 참여하는 이란 소재 연합체(컨소시엄)을 통해 원자력 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저농축 핵연료를 생산해 양쪽 모두 만족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합의안에 가까워졌었다는 것이다. 연합체가 현실화되면 이란은 핵농축 권리를 행사하고,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안전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세 차례 핵협상에서 합의에 가까워졌지만, “워싱턴의 방해꾼”들에 의해 합의가 무산됐다고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가디언은 “연합체 제안은 이제 논의 대상이 아니지만 만약 협상이 재개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되살아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12일 충돌’을 벌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머지않은 시기에 더 격렬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국제위기그룹 이란 담당자 알리 바에즈는 미사일 공장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는 이란 관료의 말을 전하며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지난 6월처럼 12일 동안 500발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2000발을 한꺼번에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선을 무너뜨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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