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실적 부진·오너 리스크…'갓뚜기' 옛말인가
굳건했던 ‘착한 기업’ 신뢰도·‘갓뚜기’ 이미지 흔들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2위 오뚜기가 내수 부진과 해외 경쟁력 약화, 오너 일가 리스크 등 여러 악재에 놓였다. K-푸드 열풍을 타고 공격적 해외 전략과 신제품 출시로 국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농심·삼양식품과 달리, 오뚜기는 글로벌 매출 비중이 10%대에 머물며 해외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오너 일가 리스크까지 겹치며 굳건했던 착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오뚜기 연결 기준 매출은 9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9% 감소한 553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역시 31.8% 급감한 320억원으로 고꾸라졌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2조7783억원으로 5%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20.4%, 순이익은 27.8% 줄어 6분기 연속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이익을 키우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농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7% 증가했고, 삼양식품은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44%, 50% 증가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해외 매출 비중'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비중이 81%까지 오르고 농심도 4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는 가운데,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기준 10.8%에 머무르며 수년째 제자리다.
업계는 국물 라면 중심의 제품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외 소비자들은 주로 국물보다 볶음면 중심의 식문화를 선호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진라면 외에는 뚜렷한 글로벌 히트 상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볶음라면 '콕콕콕' 시리즈는 인지도 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열위라는 설명이다.
오뚜기는 지난 2월 BTS 진과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며 스타 활용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해외시장 확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올 상반기 오뚜기 미국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식품업계는 오뚜기 실적 반등을 두고 글로벌 매출 확대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일각에서는 오뚜기가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조를 보이더라도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비용 상승 등 외부 변수가 많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원자재 매입 단가 동반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 미국 관세정책 등 정치·외교적 이슈도 해외 사업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변수 자체가 많기 때문에 무턱대고 해외 확장에만 기대는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현재 내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시장 경쟁에 따른 판촉비 증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축소, 원가·환율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해 말 비상계엄 시기를 틈타 진라면·컵밥·카레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려 소비자 반발을 자초한 바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착한 기업' 이미지를 방패삼아 가격 인상을 단행한 사실은 오뚜기의 브랜드 신뢰도에 꽤 깊은 스크래치를 남겼다.
여기에 오너 일가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국세청은 지난 9월 오뚜기에 대해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함영준 회장 일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함 회장의 매형 정세장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기업 '면사랑'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정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가 면사랑으로부터 원재료를 고가 매입해 이익을 이전하고, 동시에 시장에서는 라면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의혹이다. 오뚜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2년간 면사랑과의 거래를 합산하면 약 505억원 규모다. 면사랑이 오뚜기와의 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2022년까지 수십억원의 배당이 총수 친인척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조사라기보다 오너 일가 자금 흐름 전반을 겨냥한 고강도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반면 오뚜기는 "정기적으로 나온 세무조사"라며 "현재 조사 중이나,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라 방향에 대해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의혹은 오뚜기가 지난 2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2.5% 인상하며 '원가 부담'을 이유로 내세웠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같은 기간 오너 일가 회사인 면사랑에는 몇백억에 가까운 안정적 매출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가족기업 배만 불려줬다는 '이중적 태도' 지적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에서도 소비자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 2월 가격 인상 이후 '갓뚜기 신화가 끝났다'는 비판에 이어 최근 세무조사까지 겹치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꼴뚜기'라고 조롱하는 등 부정적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오뚜기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1969년부터 시작한 '매월 첫 날 애국가 4절 제창' 전통은 직원들에게 애국심 교육이라는 의미로 유지돼 왔다. 나름 역사가 깊은 기업 전통이지만, 일부 관계자들 사이 '보수적', '경직된 조직' 이라는 평도 나온다. 이에 오뚜기는 "애국가 제창은 창립주 때부터 이어져온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설명했다.
오뚜기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뚜기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임원층의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되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젊은 층과 해외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뚜기는 "신제품 개발 시 임원 단계에 가기 전 대학생이나 주부 등 패널 조사를 따로 하고 그들의 취향과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개발한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뚜기는 최근 4분기 예산의 50%를 삭감하는 고강도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비용 절감만으로는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수 부진·글로벌 히트 상품 부재·해외 경쟁력 약화·총수 일가 리스크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오뚜기가 '6분기 연속 침체'를 끊어낼 전략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더 이상 '착한 기업'이라는 과거 명성에 기대 안주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혁신 제품 개발, 해외 사업 확장, 투명한 경영 등을 포함한 근본적 개선 없이는 경쟁사와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부진과 내부 이슈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오뚜기가 전통적 '갓뚜기' 이미지를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세청 조사 결과가 오너 일가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기업 평판과 주가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향후 경영 전략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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