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대란’ 전 세계 덮친 비프플레이션… 1951년 이후 최악 공급 쇼크
中 수입량은 24% 급증
기후·수요·정책 ‘삼중고’
미국과 영국, 독일 같은 서방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식탁에 비프플레이션(beef-flation)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기후 위기, 75년 만의 공급 붕괴, 정치적 요소가 뒤엉켜 전 세계 소고기 가격을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미국은 물론 호주, 브라질처럼 소고기 생산으로 유명한 국가들에서도 소고기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생우(生牛) 도축장 거래 가격은 지난 1년 새 30% 뛰었다. 도축장 가격은 소 한 마리 전체(도체) 가격이다. 이곳에서 각각 다른 부위 별로 나눠진다.
미국인들이 바베큐용으로 주로 찾는 브리스킷(양지) 부위는 지난해 1파운드 당 3달러에서 올해 5달러50센트로 83% 이상 폭등했다. 요리 곳곳에 들어가는 다짐육(ground beef) 평균 소매 가격은 1년 만에 13% 뛰었다. 전체 인플레이션율(약 3%)을 크게 웃돈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소고기가 바나나, 커피 등 주요 식료품과 함께 미국 내 생활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소고기 가격 인상은 올해로 끝이 아니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쇠고기 가격 전망치를 최대 9%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인기 부위에 해당하는 등심 부위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농업원예개발위원회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생우 도축장 거래 가격은 올 들어 연초보다 34.5% 뛰었다. 소매 채널 판매가는 부위에 따라 올해 최고 39% 올랐다.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소고기 생산국 브라질도 올해 상반기 수출가가 22% 급등했다. 내수 시장 판매가격이 오르면서 수출가도 동반 상승했다. 미국과 브라질 뒤를 잇는 중국도 소고기 수입량이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보다 24%나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포스러운 전망은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된다. 세계 4위 소고기 생산국 호주에서는 저명한 애널리스트 사이먼 퀼티가 “호주 소고기 가격이 내년 10월까지 지금보다 두 배로 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핵심 원인은 기록적인 공급 붕괴다. 키우는 소가 줄면서 소고기 공급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소 사육 두수는 7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농무부는 올해 미국 소 재고량이 1951년 이후 최저치인 8600만 마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75여 년 만에 최악의 공급난이다.
보통 고기 목적으로 소 1마리를 키우려면 약 18~30개월이 걸린다. 시중에서 소고기 가격이 빠르게 뛰면 농장주들은 어린 암소(heifer)를 도축장으로 보내는 대신 번식용으로 붙잡아 둔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소떼를 재건하고,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소를 최대한 오래 보유하는 경영 방식이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육 두수 회복에 효과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풀리는 질 좋은 소고기 공급 속도를 늦춘다.
데럴 필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소떼 재건은 길고 느린 과정”이라며 “소의 생물학적 번식 주기를 감안할 때 내년은 물론 2027년에도 소고기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소고기 공급 정상화가 2028년~2029년에나 가능하다는 암울한 진단이다.
여기에 수년간 이어진 극단적인 날씨 변화는 전 세계 소 사육 기반을 흔들었다. 극단적인 날씨 변화는 사육 비용 가운데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 값, 관개 등을 위한 농기계 이용 비용 등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를 인용해 “옥수수 같은 작물과 달리 가축은 기후 충격으로부터 회복 속도가 느리고, 도축 등 처리 시설을 고려하면 생산지를 수요지 멀리 옮기기 어렵다”며 “기후 위기가 일회성 피해를 넘어 소고기 공급망에 구조적 취약성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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