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자립 노리는 유럽···에스토니아 공장으로는 역부족”
내년부터 독일 보쉬 등 주요 업체에 공급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희토류 공급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립까지는 여전히 요원하다. 에스토니아 최동단 국경 도시 나르바에 희토류 자석 공장을 세우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초기 생산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쳐 역내 공급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최근 가동을 시작한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즈(네오)의 나르바 공장이 유럽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등장한 첫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제정 러시아 시기 섬유 산업의 중심지였던 나르바는 전기차와 풍력 터빈에 필수적인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공장이 들어섰다. 이 시설은 희토류 채굴부터 정련·가공, 자석 제조까지 전 단계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중국에 맞서 유럽이 자체 공급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하나로 건설됐다.
유럽은 수십 년 동안 러시아산 가스와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해 산업 경쟁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잇따르면서 이런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였던 경험을 토대로 ‘핵심 소재 전략’을 마련 중이며 공동 구매와 전략 비축, 역내 투자 확대 등을 포함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EU의 재정 지원을 받은 이 공장은 약 500일 만에 완공됐다. 서방에서 희토류 자석 공장을 이 정도 속도로 지은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내년부터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에 상업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희토류 자석의 핵심 원료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은 중국산 가격이 kg당 약 76달러(약 11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은 공급 차질을 피하려고 제3국산에 20~30% 더 비싼 가격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웃돈을 주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규모다. 이 공장의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2000t으로 유럽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물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네오는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5000t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 정도로는 유럽의 중국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 조사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유럽의 희토류 자석 수요가 2030년 약 4만5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 기업들의 ‘미국행’을 부추기는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도 유럽으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영국의 희토류 기업 펜사나는 앙골라 광산 프로젝트와 연계된 정련 시설을 영국 대신 미국에 짓기로 했는데, 미국 수출입은행이 제공한 1억6000만달러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영국 정부가 제시한 보조금은 660만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과 서방산 제품 간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EU가 미국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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