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행’ 윤석열이 만든 ‘청와대재단’, 대통령실 복귀에 용역노동자들 해고 위기
청와대 개방하며 민간업체에 ‘하도급’
3년 간 임금 체불 반복·보호 조치 없어
“대통령실이 사용자인데 고용 책임 회피”

현재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실이 다음 달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청와대 관람·시설운영을 담당해온 간접고용(용역) 노동자 200여명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청와대 개방 3년 동안 미화·조경·보안·안내 등 필수 업무를 맡아온 노동자들은 정부에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7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실제 사용자인데도 고용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당시 정부는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미화·시설관리·관람안내 등 필수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청와대재단’을 설립해 운영을 맡겼다. 그전까지는 문화재청이 청와대 관람·시설 업무를 담당하며 상시·지속 업무 인력을 직접 고용했다. 청와대재단은 민간 용역업체와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하도급 구조를 만들었다. 실질적 사용자인 대통령실과 문체부가 고용 책임을 외주화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출범한 뒤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다시 옮기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람은 지난 8월부터 전면 중단됐고 청와대에서 일하던 노동자 200여명은 ‘강제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청와대재단과 용역업체 간 계약이 다음 달 말 종료되면 노동자들은 일괄적으로 해고된다. 이성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지부장은 “청와대 업무는 명백한 상시·지속 업무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정부가 직접 고용했어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 원칙을 무시한 하도급 구조가 결국 대규모 해고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하도급 구조가 각종 관리 부실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용역업체는 임금을 체납했고, 노동자가 관람객에게 폭행을 당해도 사고 보고, 보호 조치 등이 되지 않았다. 안전 교육과 산업재해 예방 교육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입찰 공고를 어긴 재하도급·계약 미준수 사례도 반복됐다. 청와대 안내직 노동자 정산호 씨는 “청와대 개방 이후 하루 수만 명이 몰릴 때에도 제대로 된 보호 장치가 없었다”며 “문체부와 청와대재단은 관리·감독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70세까지 일할 수 있었던 기존 체계가 대통령실 이전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미화직 노동자 임동용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다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그냥 잘려도 되는 사람인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도 “우리 업무는 상시적이고 필수적인데, 대통령실 결정 하나에 생계가 좌우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실 이전은 정치적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선택의 비용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대통령실·문체부·청와대재단 어느 기관도 고용보장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월 노동자들이 대통령실에 면담을 요구해 지난 9월 한차례 진행됐지만 실질적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개방된 1179일 동안 852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 지부장은 “개방사업의 화려한 성과 뒤에는 이름 없이 노동한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며 “국민과 정부를 잇는 상징적 공간을 지켜온 노동자들의 생존이 무시된다면 국민의 공간으로서의 청와대도 온전히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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