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평검사 전보 가능할까…8년 만에 재소환된 ‘임은정 사건’

검찰의 '대장동 배임 의혹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미항소 결정과 관련, 집단 입장문을 냈던 전국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법무부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1심 선고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고,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18명은 10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글에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선 검찰청의 공소 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직무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검사장들의 집단행동을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집단 항명' 아니냐는 겁니다.
국가공무원법(제66조)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 '대장동 항소 포기' 공동 입장문…국가공무원법 위반?
법무부는 먼저 검사장들의 공동 입장문 발표가 국가공무원법 위반인지 검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고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촛불시위 참여 등이 여기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란,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가 아니라 '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를 말한다는 게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사장들의 이러한 의견 표명을 두고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글 내용상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가진 행위'로 단정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지법 판사는 "(검사장들의 의견 표명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라는 직속 상급자에게 한정하여 이루어졌고,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아니라, ‘항소 포기’라는 구체적인 직무집행에 대한 근거 설명 요구로 보인다"라며 "입장문 게시 행위 자체가 직무를 방기하거나 업무 공백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될지도 애매하다"고 말했습니다.
■ 검찰 내부망에 글 게시…법원 "징계 사유 안 돼"
특히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지만, 법원이 징계 사유로 보지 않은 판례도 있습니다. 임은정 검사(현 서울동부지검장)가 무죄 구형을 하면서 게시물을 올렸다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건입니다.
임 검사는 2012년 12월 공판 검사로 근무하던 중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잠그고 검찰 수뇌부가 '백지 구형'을 지시한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 구형'을 했습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자신을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징계 청원' 게시물을 예약 게시한 후 퇴근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임 검사에 대해 정직 4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습니다. 당시 징계사유 중 하나는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검찰 조직 내부의 혼란을 초래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임 검사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임 검사에 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특히 검찰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검사윤리강령 제21조는 '검사의 직함을 사용하여 대외적으로 수사 등 직무 관련 사항에 관한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공표하는 경우'에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 대내적인 의견 표명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 검찰 내부 게시판은 검사 등 검찰 구성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 등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므로 내부 구성원에게만 공개되고, 원고 역시 내부 게시목적으로 글을 작성했다"고 봤습니다.
이어 "임 검사가 해당 글을 외부로 유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주변인 외에 다수의 검찰 구성원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내부 게시판 이용 외의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려우며, 백지구형이나 무죄 구형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관하여 다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 내에서 견해의 대립은 당연하고, 의견의 대립은 합리적인 설득 과정을 통해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임 검사가 '징계 청원'이라는 제목하에 절차 위반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무죄 구형을 결심하게 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중립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표현한 점, 원고가 무죄 구형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비판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자극적이거나 용인할 수 없는 수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의견 공표로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였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의견 공표의 경위 및 방법, 구체적인 표현 등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글을 게시한 행위가 검찰 조직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여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 사건은 그대로 대법원까지 올라가 확정됐습니다.

■ 검사장→평검사 전보 전례도…이땐 '개인 비위' 사유
정부에서는 이 때문에 검사장들을 명시적으로 징계하는 방안이 아니라,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동안 검찰 관례상 한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검사들은 이후 인사에서도 계속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아 왔습니다. 좌천성 인사 조처가 내려지더라도 대검검사급 보직 범위에 포함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날 뿐, 차장·부장검사들이 맡는 보직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는 관례에 해당할 뿐 따를 의무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두 종류로만 규정하고 있어, 검사장을 평검사로 발령하는 것은 법률상 강등이라는 징계 처분이 아닌, 인사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전보 처분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검사장이 평검사(서울고검 검사)로 강등된 전례도 있고, 이를 법원이 정당하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로비 의혹에 연루됐던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사건입니다.
그는 검찰에서 첩보를 수집하던 사건에 대해 무마를 청탁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2007년 평검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권 검사는 부당한 직급 강등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인사발령처분 후 법무부 보도자료
-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대검찰청 검사급 보직자 1명을 고검 검사급 보직으로 전보하였음
- 법무부감찰위원회는 사건무마 청탁 등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여 품위를 손상한 점에 대하여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을 권고하였고, 검찰인사위원회는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심의 의결하였음
-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들을 지휘 감독하는 검사장급 보직자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검사장급 보직군 밖으로 전출시켜 대상자에게 고검검사급 보직을 부여함
법원은 이를 두고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므로, 검사장에서 평검사로 전보된 것 역시 '직급 강등'이 아닌 '보직 변경'이라는 취지라고 판단했습니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 단일화되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급 보직)에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로 보직을 변경한 것은 동일 직급 내에서의 '보직변경'(전보)일 뿐, 하위 직급에 임명하는 '강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인사권자의 전보 처분 역시 무제한적인 재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는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 검사장 사건에서 법원은 이 부분 역시 판단했는데, "사정이 이러하다면 인사권자가 이 사건 인사발령처분 즈음에 이러한 원고의 행위를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고 원고가 검사들을 지휘 감독하는 검사장급 보직자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하다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며 처분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를 어느 지위에 임용할 것인지 여부는 임용권자의 폭넓은 재량행위이고 이러한 인사권 행사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5조 제4호의 규정에 의하면, 강임이란 같은 직렬 내에서 하위 직급에 임명하거나 하위 직급이 없어 다른 직렬의 하위 직급으로 임명하거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을 고위공무원단 직위가 아닌 하위 직위에 임명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들의 직위를 변경하는 인사발령처분은 모두 동일한 직급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겠고, 따라서 국가공무원법상의 강임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두16350 판결
다만 권 검사 사례는 개인의 직무 관련 비위를 이유로 한 인사 조처였던 만큼, 검사장들의 내부 게시판 글 게시 행위에 대해서도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변호사는 "권 전 검사장 사건은 검찰 조직의 신뢰와 청렴성을 회복하기 위한 인사 조처의 필요성이 인정됐던 걸로 보인다"면서 "검사장들의 집단 의견 표명을 이유로 평검사 전보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특정 의견을 표명한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 실질적으로 징계의 효과를 발생시키면서도 검사징계법이 정한 징계위원회의 의결 등을 우회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법무부가 실제로 전보 조치를 할 경우,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장들이 전보처분 취소소송을 내면서 인사발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집행정지는 처분으로 인해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인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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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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