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도 루이비통도 아니다… 자국 브랜드 찾는 中 소비자들

김송이 기자 2025. 11.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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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푸 온라인 매출, 1000% 증가
아르노 회장도 中 브랜드 가방 구매
가격 낮은 데다 애국소비 열풍
“中 브랜드 덩치 작고, 성장성 한계"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불러온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유럽 중심의 기존 명품 브랜드 대신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값비싼 해외 명품을 소비할 여력이 줄어든 데다 ‘궈차오(国潮·애국 소비)’ 열풍까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의 한 라오푸골드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 로이터=연합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 시각) “약 490억 달러(약 71조 원) 규모의 중국 럭셔리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지출은 정체된 반면, 소비자들이 큰 돈을 쓸 때는 자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중국 주얼리 시장에서 ‘황금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라오푸골드, 중국 가방 브랜드 송몬트,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마오거핑 등 국내 브랜드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데이터 분석업체 빅원 랩(BigOne Lab)의 데이터를 블룸버그가 분석한 결과, 핸드백·의류·향수·화장품·보석 등 5개 중국 브랜드가 지난 2년 동안 해외 경쟁 브랜드 7개보다 더 빠른 판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몬트의 온라인 가방 매출이 약 90% 증가한 반면, 구찌의 중국 온라인 가방 매출은 50% 이상 감소했다. 라오푸골드의 전자상거래 매출 역시 올해 1~3분기 동안 2년 전 대비 1000% 넘게 뛰었다.

이는 유럽 명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명품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주요 럭셔리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2023년 최고점 대비 약 30%, 구찌의 모기업 케링은 2021년 고점 대비 약 60% 떨어졌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매출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뛰어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라오푸골드는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 동안 티몰에서 6억 3000만 달러(약 919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프랑스 명품 귀금속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의 매출은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700만 달러(약 832억 원)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지난 9월 상하이를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송몬트 핸드백 두 개를 구매하고 라오푸골드 매장까지 찾은 사실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겉보기에 사소한 행동 같지만 상징성은 컸다”며 “현대 럭셔리의 개념을 정의해온 아르노가 이제는 중국에서 럭셔리의 다음 장을 열지도 모를 부티크들을 둘러봤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국산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로는 먼저 가격이 꼽힌다. 부동산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해외 명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내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에르메스 피코탄의 ‘대체품’으로 불리는 송몬트 버킷백은 약 421달러(약 61만 원)로, 피코탄 가격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궈차오 열풍도 한몫했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서구 브랜드 로고가 주는 상징성보다, 자국 브랜드가 바탕으로 삼는 중국 문화의 자부심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송몬트 같은 브랜드들은 중국의 역사·예술·일상에서 깊은 영감을 얻는다”며 “현대의 럭셔리는 ‘중국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브랜드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리테일 애널리스트 미셸 청은 연매출 100억 위안(약 2조 원)을 넘긴 중국 브랜드는 거의 없다면서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인기 상품을 앞세워 10억 위안, 나아가 30억~50억 위안까지 매출을 낼 수는 있지만, 그 이상 성장하려면 강력한 경영진, 유능한 인재, 그리고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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