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장 없이 받은 증거 무효”… 농협 50억대 불법 대출 사건 2심서 무죄

충북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50억원대 불법 대출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주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 영장 없이 수집한 증거가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영향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재판장 박은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당시 농협 지점장 C씨에 대해서는 1심보다 감형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A씨와 B씨는 2018년 충북의 한 농협에서 명의를 도용하고 위조한 매매 계약서를 제출해 약 83억4500만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의 정상 대출 한도가 29억5000만원이고 약 54억원을 초과해 대출받았다고 봤다. C씨는 A씨 등의 서류 위조 사실을 알고도 12차례에 걸쳐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된 농협 대출서류와 계약서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경찰이 별도의 영장 없이 C씨로부터 대출서류 원본을 제출받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처음에 C씨는 수사관의 협조 요구에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거부하다가 할 수 없이 대출서류 원본 일체를 수사관에게 제출했다”며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라고 했다. 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라며 “위법 수집 증거인 이 사건 대출서류에 기초한 증거들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원심을 파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검사와 피고인 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이 사건 판결은 지난 10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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