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종묘 앞 고층 개발 관련 '강력 조치' 요구
국가유산청 "경관 훼손…서울시 즉각 협의 필요"

서울 종묘 인근 재개발 계획이 국제적 논란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유네스코가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강도 높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종묘 보존과 관련해 매우 강력한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는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를 통해 지난 15일 국가유산청에 접수된 것으로 세계유산 관리의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세계유산센터(WHC) 명의로 작성됐다.
유네스코는 최근 논란의 중심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의 고층 개발 계획이 세계유산 종묘의 경관과 보존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반드시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나아가 HIA 결과에 대한 WHC와 자문기구의 검토가 끝날 때까지 서울시가 해당 사업의 인허가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전 유네스코의 내용을 서울시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는 최근 시민단체가 유네스코 본부에 종묘 방문과 영향평가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뒤 상황이 더욱 급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종묘 정전 상월대와 외대문, 종묘 상공에서 바라본 상황을 가정해 높이 145m의 건물이 들어설 경우 시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가상 이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모든 세계유산 등재국이 따라야 하는 국제 기준"이라며 국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를 향해 "종묘의 유산 가치를 지키면서도 주민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영향평가 절차를 통해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가유산청은 조속히 서울시·문체부·국가유산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릴 것을 제안한 상태다.
종묘는 199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과 대한제국 역대 군주와 왕비·황후의 신위를 모신 국가 사당으로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 최초의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바 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의 최고 건축 높이를 145m로 상향하는 내용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며 개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